`행동 대 행동`원칙 속 중유 전달에 핵시설 가동중단 화답

지원불참 日에는 불만.."보상조치 제때 이뤄져야"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이 초기이행조치에 따른 중유 5만t의 첫 선적분이 전달되는대로 영변 핵시설에 대한 가동중단에 들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2.13합의` 이행에 따른 북한의 비핵화 과정이 본격화되게 됐다.

북한은 중유 5만t중 첫 선적분의 전달이라는 상응조치를 보고 핵시설 폐쇄를 향한 첫 행보인 가동중단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6자회담 과정 내내 강조해온 `행동 대 행동`원칙을 고수하는 모양새를 보여줬다.

5만t의 지원을 책임진 우리 정부가 당초 14일로 예정됐던 첫 선적분의 지원을 12일로 이틀 앞당긴 것도 북한의 행동을 견인하기 위한 행동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은 초기이행조치가 완료되고 불능화 단계로 넘어가더라도 꾸준히 유지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일 "2.13합의 이행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우리 혼자만이 아니라 모든 6자회담 참가국들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을 초청해 영변 핵시설을 보여주는 등 초기이행조치를 취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해왔지만 북한 외무성이 가동중단조치에 들어갈 것임을 발표함에 따라 `2.13합의`의 한 축인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여정이 본궤도에 들어가게 됐다.

이에 따라 북한의 `2.13합의` 이행 행보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이 "아시아델타은행(BDA)에 동결됐던 자금송금문제가 해결된 후 우리는 2.13합의에 따르는 우리의 의무를 약속된 기간과 순서보다 앞당겨 이행하고 있다"며 "우리에 대한 금융제재가 해제된 후 30일내에 우리 핵시설의 가동을 중지한다는 것은 6자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이라고 밝혀 합의내용을 지키기 위한 의지를 보여줬다.

2.13합의에 대한 북한의 이행의지는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면서 "각 방은 당연히 초기단계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해 확실히한 바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중유지원이 시작된 만큼 앞으로 IAEA 사찰단의 수용과 영변핵시설의 폐쇄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중유 5만t 완납 이전에 영변 핵시설의 가동중단에 나서는 이유로 "6자회담 과정을 빨리 진척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앞으로6자회담의 진행과정에 협력하겠다는 의사까지 나타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6자회담 시점을묻는 질문에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는 날짜는 없지만 회담이 최대한 빨리 열리길 바라고 몇 주 내에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원자로) 폐쇄가 시작되는 시점 쯤에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었다.

중유 지원에 따른 이 같은 북한의 긍정적인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외무성 대변인이 일본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대일압박에 나서 향후 회담에 난제로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변인은 "일부에서는 마치 우리가 2.13합의 이행과 관련해 새로운 요구를 또 제기하는 것처럼 사실을 오도하는 여론을 내돌리고 있다"며 "이것은 2.13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돼 나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세력이 아직도 준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 4일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일본 관방장관이북한이 핵시설 가동을 정지하기 이전에 중유의 일부를 지원키로 한데 대해 "초기단계 조치와 중유 제공은 동시에 병행돼야 한다"고 한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만일 우리가 핵시설의 가동중단조치를 취한 후에도 약속된 정치경제적보상조치들이 제때에 따라서지(이뤄지지) 못해 신뢰가 허물어지는 경우 핵활동의 재개는 합법성을 띄게 될 것"이라고 밝혀 대북지원에 불참입장을 밝히고 있는 일본을 겨냥했다.

북한이 일본에 대해 이러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본 당국이 대북제제정책을 추진한데 이어 최근에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대한 수사와 건물 가압류 등 노골적으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공식논평을 통해 "회담의 진전을 달가워 하지 않으면서 2.13합의에 따르는 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일본이 6자대화에 참가한다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불안정 요인"이라며 일본의 6자회담 참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북한은 작년 11월에도 6자회담을 앞두고 일본이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회담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후 열린 회담에서 일본과만 양자회담을 열지 않아 눈길을 끌었었다.

따라서 이달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6자회담이 열리면 북한은 철저히 일본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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