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혜 칼럼>충북대 교수ㆍ객원 논설위원

처칠은 영국의 정치가이면서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연합군의 수뇌로 활약하여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다. 처칠의 유모와 위트는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혹자는 그를 웃음의 패러독스를 이용한 정치인으로 기억하고 있기도 한다.

처칠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한 귀부인이 그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식탁에 차려진 먹음직스런 닭고기를 보고 "부인! 난 가슴살을 좋아 하니 그 부분을 주시오" 그러자 귀부인은 웃으며 "어머, 우리 뉴욕에서는 그 부위를 '가슴'이라고 하지 많고 '흰고기'라고 한답니다. 자 드릴게요."

물론 처칠은 민망하기도 하고 요즘 속된 말로 뻘쯤하기도 했을 것이다.

다음 날 연회장에서 어제의 그 귀부인을 보고 처칠은 감사의 표시로 예쁜 꽃과 쪽지를 보냈다고 한다.

쪽지 내용에는 "부인 어제 식사 대접은 감사했습니다. 이 꽃을 당신의 '흰고기' 위에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처칠의 위트와 재치는 일상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생활에서도 많은 일화를 낳았다.

그가 미국의 원조를 받기 위해 루스벨트를 만나러 미국에 간 적이 있었다.

루스벨트는 호텔에서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샤워를 끝내고 욕실을 나오는데 루스벨트 대통령이 갑자기 방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처칠의 허리에 둘렀던 수건이 떨어지자 그는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한 마디 했다고 한다. "자, 보시다시피 영국수상은 이제 미국대통령에게 숨길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습니다."

참으로 재치있고 멋진 위트가 아닌가 싶다.

어찌보면 세계대전이란 이름 속에 생명이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죽음을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나 서로를 비난하고 힐책하는 날마다 넌덜머리가 날 수 있는 정치 세계 속에서 그는 늘 웃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어떤 독설이 날아와도, 총선에서 패배하여 수상직을 물러설 때도, 포탄이 떨어지는 전장의 참호 속에서도 그의 재치는 약이 되고 무기가 되고 희망이 되었다. 최근 뉴스를 보면 온통 4월 선거 이야기로 보도 자료가 도배되고 있다. 후보자들 개개인의 빛나는 이야기로 서로를 격려해 주며 화합하기를 바라는 건 둘째 치고라도 서로에 대한 야멸찬 비난 보다는 여유있는 위트로 상대를 제압하는 미소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후보를 정말이지 보고싶다.

노련한 정치인 처칠이 은퇴할 무렵 정치 지망생에게 처칠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능력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앞날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그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두 가지 능력만 있으면 어떤 정치인이든 크게 성공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처칠은 웃음 하나로 생을 가볍게 살지는 않은 것 같다. 단지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을 미소로 여유를 부릴 줄 아는 지혜를 가졌다고 판단하는 게 옳은 듯 하다.

말년(1953년)에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수상경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은 웃음이 그저 가볍게 스치는 게 아니라 가진 자의 여유라고 말하고 싶다.

/김미혜 충북대 교수ㆍ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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