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라윤도 건양대 교수

전국 각 도시에 '디자인 도시'의 열풍이 불고 있다. 도시의 건축물이나 가로 정비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여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도시미관을 조성하면서 그 편의성도 더욱 높이겠다는 취지로 높이 살만하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도시들이 외형적인 성장은 어느 정도 끝낸 현시점에서 그같은 자각(?)이 들었다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유럽이나 미국의 도시들을 여행할 때 왕왕 도시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는 것은 특별한 문화재나 역사적 전통이 없다 하더라도 도시 자체가 갖고 있는 아름다움 때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건물을 제각각의 특색을 살려 다양한 형태와 색상으로 짓고 그 외벽에 내건 간판이나 각종 상호들도 일정한 틀을 유지하면서도 지나치게 획일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가로등이나 인도 차도의 구분, 횡단보도와 신호등의 모습 등 전체가 일관성을 가지면서도 독창성을 잃지 않는 모습은 관광객들에게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움과 그 도시의 독특한 숨결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의 청계천 복원공사가 완공된 이후부터 부쩍 도시 디자인에 관심이 높아졌다.

삭막했던 서울 시청앞 아스팔트 광장을 뜯어내 잔디밭을 만들어 숨이 통하게 했고, 도시 디자인 전문가를 고위직으로 채용하여 서울시의 전체 외관을 가꾸어 나가게 했다.

이제부터라도 아파트 숲이 되어 버린 서울을 자연이 숨쉬는 도시로 바꾸어 놓겠다는 자치단체장들의 의지는 시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개 올해 20개 등 총 30개 거리를 '디자인 서울 거리'로 선정해 대대적인 거리 개선 사업에 나서고 있다. 서울 뿐만 아니라 인천, 포항, 춘천, 전주 등도 제작기 테마를 가진 아름다운 도시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제법 이들 도시들도 10년 20년 후에는 아름다운 도시로 바뀔 수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충청지역의 대표 도시인 대전의 현실을 보면 아직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종 지구 개발계획과 아파트 신축사업 등으로 동서남북이 제각기 파헤쳐지고 있다. 아름다운 구릉을 평탄하게 밀고 그 위에 구획정리를 하여 상자곽같은 아파트들을 짓고 있는 것이다. 수십년 전에 유행하던 난개발 방식이 아직도 기세등등한 현실이다. 10여년전 대전을 처음 찾았을 때,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모양을 한 대전 이야말로 구릉과 하천의 모습을 살려 낮으막한 타운하우스 형태의 집들을 지었더라면 정말 아름다운 도시가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졌던 생각이 난다. 이 넓은 땅에 서울과 같은 20, 30층의 아파트를 빼곡히 지어놓은 것은 도시의 지형상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대전의 난개발은 지금도 마구 진행되고 있다.

한 예로 서남부지구 개발현장 곳곳을 보면 저절로 탄식이 나온다. 계룡시로 넘어가는 방동고개 일대를 사시사철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켜주고 있는 구봉산 산기슭이 마구 파헤쳐지고 있다. 이같은 엄청난 훼손을 방치하면서 추진하는 대전시의 나무 삼천만그루 심기 운동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아해진다. 대전시에도 '도시기반시설 미관심의제'가 도입되어 상설 심의위원회가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시민들이 '디자인 도시'로서의 변화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한 유명한 건축가는 건축을 전공하게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렸을 때 시카고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아키텍쳐(건축) 투어' 배를 타고 시카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많은 건축물들에 대해 보고, 설명을 듣고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바 있다.

/ 라윤도 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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