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서 병원은 무엇인가? 그것은 법적으로는 비영리기관이며 업종으로 볼 때는 사람의 질병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서비스업체이다. 법적으로는 공익성이 우선되는 것 같지만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소비자 중심의 투자경영이 요구된다. 전통적으로 병원은 공익성이 강조되고 있다. 문제는 공공의 성격을 띠고 있는 분야는 배타적이고 서비스 수준이 낮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있어서 공공기관은 기피 대상이 되고 있으며, 병원도 아직까지 이와 같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어떤 젊은 의사가 국민들이 의사집단에 대하여 이렇게 적대적인 줄 알았다면 의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후회를 할 정도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공기관을 기피하듯이 되도록이면 병원도 기피하려고 한다. 서비스 자체가 고통을 수반하고 있으며 3분 진료를 위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진료를 통해서도 평소 의문을 갖고 있던 자신의 건강에 대해 시원한 답을 얻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도 병원 진료진의 50%는 다른 분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권위적이고 퉁명스럽다. 때문에 진료를 마치고 나오면 왠지 기분도 상쾌하지 않다.

특히, 휴일에는 대부분의 병원들이 쉬기 때문에 어디라도 아프면 관련 병원을 찾기도 난감하다. 또 가봐야 신뢰할 수 없는 젊은 인턴 정도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보건의료 서비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면서 병원의 정체성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병원 운영행태에 대하여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소비자의 욕구변화에 적극 부응하려고 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토요일에도 교수들이 정상근무를 하면서 어떤 수술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주 40시간 근로제가 정착된 후 토요일에 모든 기관들이 문을 닫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대조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토요일 상시 수술체제가 이루어지려면 의사들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의 직원들도 정상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또 병원 운영시스템도 평일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때문에 이 병원은 사실 토요일이 없어지는 셈이다. 몇몇 혁신적 병원들의 이와 같은 노력에 대하여 의료 소비자들이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또한, 한국의 병원은 의사들이 거의 모든 병원에서 최고경영자를 겸하고 있는 전권형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다. 의사들이 모든 의사결정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보니 다른 직종의 전문가들은 참여의식을 갖지 못하고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병원은 강성 노조를 갖게 되었으며, 노조는 의사들에 대하여 늘 대결 의식을 지니고 있다.

이 문제는 의사들이 권위의식을 버리고 본연의 직무인 진료로 돌아가 권력체계를 미국처럼 다양화 하거나 분권형으로 바꾸면 쉽게 해결된다.

우리 의료계도 이제는 의사보다 전문 경영인이나 변호사들이 경영하는 병원이 훨씬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미국 의료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병원에서 의사 중심의 전통적 관리체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비 의사 출신의 ceo가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기획실에 근무할 일반 경력직원 모집에 연봉 1억원을 내걸었다. 성과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보너스도 지급할 수 있다는 조건도 달았다. 정말 파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연봉 1억원이 채 되지 않는 의사들도 많은 상황에서 병원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와 같은 인재채용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병원 경영이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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