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포럼>시인ㆍ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김완하 시인ㆍ한남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어둠 속에서 고요히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 어둠을 비워내는 촛불은 상징성이 대단히 크다.

촛불은 인간사의 중요한 여러 가지 의례(儀禮)에 빠짐없이 등장하여 그 신성성을 알 수가 있다.

그곳에서 촛불들은 불순한 것을 태워버리고 새로운 빛을 길어 올리는 역할을 함으로써 그 의미는 매우 소중한 것이다.

특히나 결혼식에서 신랑 측과 신부 측 양가 어머니들이 불을 피워 촛불을 밝혀내는 일은 몇 가지 의미가 겹쳐 있는 것이기도 하다.

각각 타오르는 두 개의 촛불은 신랑과 신부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두 개의 촛불처럼 신랑과 신부는 독립적으로 바로 서고, 또한 그 두 개의 촛불은 두 불길 사이에 서로 교감하면서 거기서 생성되는 열정을 고스란히 하나로 합쳐 더 크게 완성되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신랑 신부가 일생을 통해 힘차게 사랑을 굴려가면서 발전과 화합을 이루라는 점을 환기시키는 의미일 것이다.

가스똥 바슐라르는 그의 저서 '촛불의 미학'에서 촛불이 타기까지의 과학적 근거를 밝히면서 아울러 그것을 아주 섬세하게 예술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촛불 안에는 두 개의 다른 성격의 불길이 서로 조응하고 있다.

그 하나는 심지를 중심으로 안에서 밖으로 치솟으며 불의와 싸우며 더러움을 일소하려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힘만을 가지고는 촛불이 형성되지 못하기 때문에 밖에서 안으로 감싸 들이면서 봉긋하게 꽃봉오리를 맺게 하는 부드러운 힘이 있다.

바로 이러한 두 개의 서로 다른 물리학적 힘의 조화가 하나의 촛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촛불은 서로 다른 두 힘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서 불꽃을 맺는 것이다.

촛불은 어떠한 것을 감싸 안기도 하지만 경계(警戒)하는 의미가 반드시 있다.

우리 사회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를 위한 촛불문화제는 바로 그것이다.그것은 촛불이 가지고 있는 경계의 의미를 극대화 한 것이다.

그동안 연일 이어진 촛불문화제에서 수백만 국민들은 한곳에 모여 각자 하나씩의 촛불을 밝혀들고 모두가 원하는 바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러한 일은 이제 우리 사회에 새로운 방식의 언로이며, 여론의 표출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속에는 어린아이로부터 70대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촛불을 들고 자신의 목소리를 전체 속에 가세하여 하나의 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굳이 말이 없어도 촛불 자체는 커다란 메시지를 담는다.

어제 밤에는 12시가 되어서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 시내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온 시내 전체에 밝혀져 있는 촛불을.

그랬다. 이미 우리는 오래전부터도 우리가 잠들면서 밝혀 놓은 가로등이나 집 앞 골목의 불빛, 집집마다 현관을 지키는 불빛들이 모두 다 촛불이었던 것이다.

그것들은 우리 삶의 구석구석을 밝히고 깨어있기를 강조하면서 밤이 되어도 꺼지지 않은 채로 빛을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새삼 확인하였다.

오늘밤에도 촛불은 사그러들지 않고 피어오를 것이다. 하루빨리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을 섬긴다 하면서 이제까지 방치한 사실을 깨우치고 진실로 국민들을 위한 일이 무엇인가를 개달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국민들도 모두 한 번씩 다짐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잠들 때에도 집밖의 불빛들은 꺼지지 않으며 우리에게 촛불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참다운 사회를 향해서 서로서로 마음을 열고 서로를 위해서 더 크게 가슴을 펴고 진실로 정의와 인간존중의 정신이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라고 외치는 저 불빛들의 목소리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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