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포럼>김희정 중부대 교수

▲ 김희정 교수

우스개 소리로 세상 사람의 종류를 3가지로 나눈다면 남자·여자·아줌마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노처녀들 사이에서는 세상 남자를 다시 3부류로 나눈다면 총각·유부남·이혼남으로 나뉠 것이다.

이러한 분류방법으로 디자인을 3종류로 나눠 보면 좋은 디자인·나쁜 디자인·이상한 디자인으로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박사학위의 디자이너가 선(line)하나 그으면 그건 누구에게나 박수 받는 좋은 디자인이다.

지금 막 졸업한 디자인과 학생이 그린 드로잉은 과연 나쁜 디자인 또는 이상한 디자인이라고 감히 누가 함부로 평할 수 있을까.

무더운 8월의 땀방울은 디자인 졸업생에겐 10월 대망의 졸업작품 전시를 위한 마지막 심혈을 기울이는 시간들이다.

삼복 더위에 그 흔한 바캉스도 가지 못한 채 노력한 이들이, 누구보다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고 나가는 사회에선 단지 경력이 없는 신입 디자이너라는 명목 아래 그들은 나쁜 디자이너의 대명사로 낙인찍히기 십상이다.

이것은 기존 디자이너들이 신입 디자이너들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디자인 자체의 이상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선입견이 만든 '나쁘고 이상한 디자인'일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일년내내 열리는 대학생 디자인 공모전. 이것은 결국 기존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가 한계에 다 달았다고 사실상 실토를 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그렇게 어렵게 공모전에 입상하고 졸업해 이제 막 어느 회사의 디자이너가 됐다 하더라도 그들의 앞길은 순탄치만 않다.

이른바 선생님 또는 실장님 아래서 속칭 '시다바리'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선생님과 실장님이 보여주는 10년도 더 됨직한 디자인을 보며 과연 이들 신입 디자이너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혹 우리 선생님은 디자인 트렌드에 너무 떨어져, 우리 실장님은 석기시대 디자인만 고집해. 이런 생각들을 하지 않나 모르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감각 있고, 좋은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이너로 날개도 못 펴보고 꿈을 접고 마는 일이 비일 비재하다.

물은 고이면 썩고 만다.

새로운 물이 계속 흘러들어오지 않는 이상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고인 물이 썩지 않으려면 최소한 순환이라도 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 디자인계는 동맥경화에 걸렸는지 신입 디자이너에게 너무나 배타적이기만 하다.

멀리 유럽이나 가까운 중국·일본만 하더라도 신생 디자이너의 유입과 그들의 아이디어를 잡기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여전히 그 오래전부터 유명하고 늘상 잡지에만 나오는 선생님과 실장님 아니면 구닥다리 디자이너에 대한 칭송과 찬양보다는 다소 생소하고 낯설지언정 그들 젊고 신입인 디자이너들의 거친 디자인을 기존 디자이너들이 포용하고 다듬어 주고, 다독거려 함께 같은 길을 간다면 우리나라가 디자인 강국으로 거듭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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