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등 '제 목소리' 내기

한나라당 출신 광역단체장들이 최근 자기 색깔을 드러내면서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자치단체장 출신 대통령으로 자리매김되면서 차기를 꿈꾸고 있는 이들 광역단체장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4·9 총선이 끝난 뒤 여의도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람은 단연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은 총선 이후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한 지금은 당분간 뉴타운추가 선정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뉴스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오 시장의 이 같은 한마디는 '친정'인 한나라당이나 야당인 통합민주당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공세의 표적이 됐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지역 48개 선거구 중에서 40석을 휩쓰는 압승을 거둔 데는 '뉴타운 공약'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

오 시장이 이처럼 제 목소리를 낸 데는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값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도 있었겠지만 '여의도 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의 컬러를 부각시키겠다는 정치적 판단도 개재돼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관측이다.

정치적 미래에 대한 '그랜드 플랜'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진 오 시장으로서는 이번 '뉴타운 논란'이 자신의 정치적 시험무대로 떠오르면서 차제에 '오세훈 브랜드'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적 고려가 내재돼 있다는 분석인 것.

오 시장의 한 측근은 "오 시장은 뉴타운 추가 지정이 정치논리에 휩쓸리면 안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면서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정치권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소신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시장 재선을 노리는 오 시장이 재선운동 체제에 돌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선 도지사 3기를 맞는 김진선 강원지사도 중앙정치 무대에 데뷔할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2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18대 국회에서 내각제 개헌 문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 "상황을 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내 역할이 있을는지 모르겠다"면서 여운을 남겼다. 또 탈당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지방 현안이 아니라 중앙정치 이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장의 연임을 3번으로 제한하고 있어, 3선인 김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기 때문에 도지사 퇴임후 거취를 놓고 숙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지사의 한 측근은 "김 지사는 시대적 상황과 요구가 맞을 경우 적극적인 역할 모색에 나설 것"이라며 "앞으로 3선 도지사로서의 경륜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잠룡군'에 속해있는 김문수 지사도 '포스트 이명박'을 향해 소리없이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했던 김 지사는 최근 '한중 해저터널' 건설이란 승부수를 던졌다. 이를 놓고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을 통해 대권후보로 우뚝 섰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특히 김 지사는 이번 미국방문길에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등지에서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대표, 바이오 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투자 상담을 벌이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였다.

그는 또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핵심 측근들을 대거 출마시키면서 주목을 받기도했다. 비록 소기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보좌관 출신 차명진 의원과 동지관계인 임해규 의원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김문수 사단'의 명맥을 유지한 셈.

최연소 재선 도지사인 김태호 경남지사도 지난해 전국공무원노조와 싸움에서 불법단체 사무실 폐쇄와 전임자 근무 복귀령 등 '강수'를 던져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동서남해안특별법 제정을 주도하고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람사르 총회를 유치하는 등 바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2년 뒤 3선 도지사에 재출마할 지 중앙무대에 진출할 지 결정은 되지 않았지만 김 지사도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는 도정에 충실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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