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조동욱 충북과학대 교수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엔 tv가 참 귀했다. 동네에 tv있는 집이 몇 집 안 되었는데 운 좋게도 우리 집에 tv가 있었다.

동네아이들이 tv보고 싶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아이들 등을 타고 방안을 돈 횟수만큼 tv를 보여 주었다.

다시 말해 방안을 다섯 바퀴 돌면 50분을 보게 해 주었고 10바퀴를 돌면 100분을 보게 해 주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야비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 중 하나 아닌가 싶다.

그 당시 만화영화는 엄마 찾아 삼만리등과 같이 순정적이며 가족 요소가 진하게 새겨진 것이었다.

물론 일반 드라마도 아씨라는 드라마가 인기 있었는데 이미자씨가 '옛날에 이 길은…(중략) 서방님 따라서 시집가던 길'을 부르면 거리가 한산할 정도로 온 가족이 이 드라마를 보았다.

물론 가족의 사랑을 느끼게 해 주고 살아가는 끈끈한 정(情)이 주제인 드라마였다.

차후 장욱제 주연인 영구라는 드라마도 대단히 인기가 좋았는데 역시 가족과의 사랑과 정을 느끼게 하는 드라마였다.

그리고 드라마뿐 아니라 실제 가정에서도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먹고 자랐고 자라서는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았다. 그러던 것이 요즘 드라마들은 남편 바람피우고 여자는 맞바람 피고 심지어 20대 초반 아이들이 임신한 이야기 등 가히 엽기적인 드라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영어 모르면 객사한다

사람 사는 정(情), 가족간의 사랑을 메시지로 던져주어야 하는데 그저 가볍게 보는 드라마들이 주류여서 볼 당시는 부담 없이 보지만 보고나면 왜 이리 유치한 지 스스로 한심해서 웃는다. 그래 그런지 여기를 보든 저기를 보든 부모자식간에, 이웃간에 사랑과 끈끈한 정이 없고 메말라 버린 비뚤어진 마음들만 잔뜩 보인다.

어느 때부터 희한하게 아파트 이름이 영어로 된 것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새로 짖는 아파트 이름은 거의 모두가 영어로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영어 이름으로 아파트 이름을 지으면 아파트 품격이 높아 보여서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는 품격도 품격이지만 집을 나선 부모님들이 영어를 잘 몰라 영어 이름으로 되어 있는 아파트를 잘 찾아오시지 못하시게 그리고 시골에서 올라 온 부모님들이 자식 집 쉽게 찾아오지 못하시게 영어로 아파트 이름을 짓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에서는 이의 문제(?)를 적극 해결하고자 영어교육을 강화한다고 하고 심지어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오렌지를 아륀지로 발음하자는 등 온 나라가 영어 광풍에 빠져있다.

오죽하면 내 6살짜리 늦둥이 막내아들이 한글보다는 영어를 먼저배우니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

에이, 후레자식들

아무튼 이젠 영어를 잘 해야 나이 들어서라도 자식 집을 잘 찾아 갈수 있고 영어를 모르면 길거리에서 방황하다가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세상이니 자식들에게 구박 당할지라도 객사 안 하려면 죽어라고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시사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내용인 즉 캐나다에 있는 딸이 캐나다에서 부모 모실 것처럼 유혹해서 전 재산을 다 차지해 버리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먼 이국땅에 부모를 버린 사건이었다.

살인만 안 저질렀지 영화 공공의 적 주인공과 어쩜 그리 똑같은지 모른다. 캐나다에서 필리핀에서 그리고 국내에서 벌어지는 부모 돈 뺏고 버려버리는 세태를 보며 곧 다가올 가정의 달인 5월 달력을 넘길 힘이 없다.

조동욱 충북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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