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웅칼럼>정현웅 소설가

필자는 역사소설을 많이 쓴 편인데, 그것도 임진왜란을 비롯해서 일제시대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

그러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반일 소설이 대부분이다. 반일을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과거사를 가지고 소설을 만들려고 역사 자료를 찾으니, 이웃나라 일본이 참으로 오랜 세월 우리나라를 괴롭혔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대 시대는 그들이 미개해서 우리나라에서 도일한 사람들이 터전을 잡고 원주민들 속에 파고들어 왕권을 구성했다. 우리나라 삼국 초기에 일본은 백여나라가 씨족국가를 형성하며 우후죽순 왕권을 다투고 있었다.

그 이후 삼국시대에는 왜구라는 해적 무리가 끊임없이 노략질을 했으며, 백제와 연합해서 집단적인 공격을 하기도 하였다.

임진년에 일본을 통일한 무장 도요도미 히데요시가 중국(명)을 치기 위한 길을 열라는 핑계로 조선을 공격했다. 그러나, 그들은 조선을 짓밟고 유린했으나 완전히 정복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수백년이 지나 일본은 서구 병기로 무장을 하고, 조선을 공격해서 걸림돌이 되었던 명성황후를 죽이고, 조선을 식민지로 합병했다.

이때 미국, 중국(청나라),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의 강국과 유럽의 열강들은 모두 그들의 이익을 위해 침묵했다. 유럽의 열강들은 자기들도 식민지가 많은데, 아시아의 강대국이 아시아의 한 나라를 통치하는데 무슨 상관인가 하고 모른체 했다.

이러한 국제적인 정서는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같은 민족으로서 분단되어 이토록 오래도록 통일이 되지 못하는 것도 지구상에 유일할 것이다.

과거 독일은 전쟁을 도발한 패전국이라서 분단되었다지만, 우리나라는 패전국도 아니었는데, 분단된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했다.

그리고 반세기가 넘도록 통일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조차 과연 통일을 보고 죽을 지 기약이 없는 노릇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주변을 싸고 있는 열강들의 이해와도 맞물려 있다.

그들은 통일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실속은 통일되어 한국이 강국이 되는 것보다 이 상태로 오래도록 유지되는 것이 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에 이대통령이 일본 수상과 만나 회담을 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위해서 건설적인 협력을 하자'는 식의 말을 했다.

그러자 어느 기자가 과거 역사를 청산하지 않고 밝은 미래가 가능한가를 물었다.

그러자 우리의 대통령은 그런 질문이 나올 줄 걱정했는데 나왔다고 하면서 조크를 했다. 실제 과거 역사에 얽매여서 미래의 협력에 소홀해진다면 그것은 양국의 손해가 틀림없다. 아주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임진왜란의 허물까지 따져야 할 판이고, 그때 조선의 도자기와 사찰의 수많은 탱화도 내놓으라고 해야 할 것이다.

훔쳐간 것이 문화재뿐인가. 사람은 노예로 얼마나 많이 끌어 갔는가. 그에 대한 것을 따지면 한이 없다. 그러니 과거의 침략을 사과하라고 해보았자, 유감이었다는 더 이상의 표현이 나오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그들의 조상이 저질은 침략 때문에 수상이 무릎이라도 끓고 울면서 사과라도 해야 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상이 만날 때마다 자꾸 과거의 문제를 들추고, 교과서 왜곡을 언급하면 사실 제대로 된 외교가 어려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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