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규의 역사속 웃음> 전 연합뉴스 외신부장

요즘은 안경을 '눈에 낀다'고 말한다. 옛날에는 안경을 '코에 건다'고 했다. 다니엘 보르스틴의 '발명'이란 책 속에도 안경이 처음 나왔을 때, 모두 "안경을 코에 건다"고 했다. 또, 요즘 안경쯤은 끼고 있어야 유식하게도 또, 고상하게 보일까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한 때 일본이 그랬다. 안경을 일본말로는 '메가네'라고 한다. 한 때 일본인으로서 이 메가네를 끼지 않는 사람은 일본인이 아니란 말까지 돌았다.

옛날에는 어땠는가? 옛날에는 안경을 끼고 있는 사람들을 우선 '안경잡이'라 부르면서 얕잡아 보았다.

뿐이었던가? 안경을 낀 사람들을 보고는 '재수 없다'고도 했다. 무슨 그런 일까지 있었을 라고 고개를 내 저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이었다. 택시 운전사도 첫 손님으로 안경잡이를 절대로 태우지를 않았다. 까닭은 '하루 종일 재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택시 운전사야 태워 주지 않으면, 그 뿐이었다. 접객업소에서는 안경잡이에 대한 대접이야 말로 참으로 참혹했다. 손님으로 받아 주지도 않는 것까지는 그래도 좋았다. 거절을 당하고 돌아선 안경잡이의 뒤 꼭지에 대고는 소금을 한 줌 뿌렸다.

'재수없는 물건, 얼른 썩 꺼지라'는 뜻이었다. 어째서 안경잡이들이 그런 대접을 받았던가? 선입견 때문이었다. 요즘 사람들도 책을 많이 보아 눈들이 나빠졌는지 모르겠다. 너도 나도 모두 안경을 끼고 있다.

옛날에는 드물었다. 공부를 많이 해서 눈이 나빠진 사람만 안경을 꼈다. 그런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요모조모 따지려고 든다. 한 마디로 성질이 까다롭다는 오해를 받았다. 그래서 접객업소나 택시 기사들한테 뿐이 아니고 어디로 가든 인간미가 없는 사람으로 쳤다. 접객업소들이 안경잡이들에게 소금을 뿌렸다지만 알고 보면, 무식해 그랬다. '소금을 뿌리다'는 원래 그런 뜻이 아니었다.

꼭 거꾸로였다. 재수가 있으라는 말이었다. 말이 나온 김에 그 내력을 한 번 알기나 하자. 알고 보면, 또, 재미도 있다. 그 이야기가 진순신의 '소설, 십팔사략(十八史略)' 속에 보인다.

죽은 제갈공명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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