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포럼>조동욱 충북과학대 교수

요즘따라 얼마나 바쁜지 저녁에 술 한잔 할 시간이 나지 않는다.

어쩌다 술자리 기회가 오면 저녁식사만 하고 들어가리라 결심하지만 일단 반주로 시작한 술은 일찌감치 귀가하겠다던 생각은 오간데 없어지게 하고 노래방으로까지 자리를 이어간다.

더 재미있는 것은 취기만 오르면 얌전하던 분들도 마이크 잡고 시키지도 않은 노래들을 참으로 잘들 불러댄다.

내 경우도 취기가 얼큰하게 오르면 잘 부르는 노래 몇 곡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내 고향 충청도'와 '당신은 나의 동반자'라는 곡이다.

이 곡들은 술이 취하든 안 취하든 부르기 편한 곡이어서 몸 상태 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본전은 건진다.

술이 덜 취해 가창력을 뽐내고 싶으면 '이등병의 편지' '그 겨울의 찻집' '허공'등을 부르고 아주 몸상태가 좋으면 폼잡고 '그리운 금강산'을 부른다.

이쯤에서 집에 들어가도 좋으련만 허스름한 술집 가서 한잔 더하고 마지막에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우동 한 그릇 걸쳐야 집에 들어가곤 한다.

노래 '이등병의 편지'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다. 늦둥이 아들 둘이 있다 보니 내 나이 60중반이 되어야 아이들이 군대를 간다.

이 노래를 부르다보면 백발된 내게 까까머리 아들들이 절하고 훈련소로 떠나는 모습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로 시작되는 이 노래를 부르다 보면 정치권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 된다.

내 나이 60중반이면 이제 아이들에게 효도도 받을 나이인데 도리어 군대 보내면서 안스러워 하염없이 하얀 눈물을 흘릴 것 같다.



그저 군 생활 잘 할까 싶은 부모 마음처럼 우리가 바라보는 정치는 훈련소로 들어가는 이등병 같다.

이제 우리들도 정치를 통해 효도 받을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정권을 바꿔 봐도 우리가 정치를 걱정해 주어야 하는 상황은 변한 게 없다.

잘 살게 해 주겠다고 해서 믿고 맡겼는데 요즘 정부는 인수위원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나라가 바람 잘 날 없다.

치솟는 물가에 광우병 공포까지 민심이 점점 흉흉해져 거리로 촛불 들고 나온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콧등이 시큰해진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고 했던가.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왜 눈물의 씨앗을 뿌려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하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 현장에서 동반자를 보기 어렵기 때문 아닌가 싶다.

여와 야가 ‘당신은 나의 동반자’라고 노래 부르고, 친이와 친박이 ‘영원한 나의 동반자’라고 노래를 부른다면 그래도 난국이 타개되면서 살만할 텐데, 동반자의 모습은 없고 서로 칼을 겨눈 모습만 보이니 한숨만 나온다.

여와 야는 우리들 입장에서 보면 엄마, 아빠다.

엄마, 아빠가 매일 싸우고 같은 당내 가족간에 피바람만 일으키는 집안을 보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고사성어가 절로 떠오른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보내면서 정치권도 가정을 잘 다스려주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조동욱 충북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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