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정하택 충주보훈지청 보훈과장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올해로 53회 현충일을 맞는다. 조국을 위해 신명을 바치신 순국선열과 국가수호를 위하여 장렬히 산화한 호국영령의 호국정신과 위훈을 기리고 추모하는 날이다.

나라마다 명칭은 다르지만 국가 제례일(祭禮日)로 현충 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현충일은 6·25전쟁으로 전사한 전몰장병 합동추도식을 거행(51~55년)하다 56년에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6월은 국권수호와 자유수호의 상징인 6·25가 들어 있는 달이고, 매년 6월 6일경에 24절기 중의 하나인 망종이 들게 되며, 망종일은 보리가 익고 모내기를 시작하는 날로서 농경사회에서는 예로부터 가장 좋은 날로 꼽히고 있어 예로부터 제사를 지내는 풍습에서 택했다.

옛 자료에 의하면 고려 현종 5년(1014년) 조정에서는 거란과 제3차 전쟁(1014~1015년)을 하면서 전사한 장병들 뼈를 집으로 봉송해 망종일에 제사를 지내도록 한 기록이 있다.

미국의 경우 현충일을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라 하여 5월 마지막 월요일에 추념행사를 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제1차 세계대전 시 연합국들은 1차 대전 휴전일(1918년 11월11일)을 기념해 매년 11월 11일 현충일 행사를 열고 전사자의 넋을 기린다.

이렇듯 나라마다 현충일에 대해 엄숙한 국가적 의식을 행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나라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공동체라는 애국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나라마다 국립묘지나 현충탑을 참배하는 풍습도 다양하다.

영국은 현충일을 '포피데이(poppy(양귀비) day)'라 하는데 가장 치열한 전투를 한 플랜더스 들판에 장병들 핏자국마다 양귀비꽃이 피었다고 하여 이 꽃을 가슴에 달고 다닌다.

러시아에는 모스크바 젊은이들이 혼인신고를 마친 뒤 가장 먼저 크렘린 광장 근처 무명용사묘 앞에 꽃다발을 바치는 문화가 있으며, 호주에서는 추모탑이 도시 곳곳에 있어 수시로 헌화하고 전사자 명복을 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오랜 역사 속에서 숱한 외침과 위협을 극복하고 지금처럼 평화롭고 번영하는 나라로 세계에 우뚝 서게 될 수 있게 된 것은 애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국광복을 위해 일제의 모진 탄압에도 굴하지 않았던 순국선열과 애국지사, 6·25전쟁 등에서 희생한 호국용사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으며, 이 모든 분들의 거룩한 헌신이 곧 우리의 역사이며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올해는 건국 60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우리는 그동안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기적의 역사를 만들었으며,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불굴의 의지로 세계사의 유례가 없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요즘 원유 등 산업자원의 부족현상으로 우리 경제가 밝지만은 않은 데 이 어려운 난국의 타결을 위하여서는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받들어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야 하겠다.

올해 현충일은 그저 하루 쉬는 공휴일로 생각하지 말고 경건한 마음으로 국립묘지나 가까운 충혼탑을 찾아 참배하며 한 송이 꽃을 바치는 소중한 시간을 갖고, 이웃에 있는 국가유공자와 유족을 찾아 위로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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