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지방 미분양 대책에는 지난 해 9월 대책 때 포함되지 않았던 세금과 금융규제 완화까지 포함돼 미분양 사태가 심각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국토해양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3만1757가구로 1996년 2월 13만5386가구를 기록한 이후 12년1개월만에 가장 많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이 결코 엄살이 아니라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정부가 적정 수준으로 보는 미분양이 6만∼7만가구고, 최근 10년간 평균이 6만9000가구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미분양 주택은 적정 수준의 2배에 달한다.
통계 수치보다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주택건설업체들이 미분양을 솔직하게 신고하지 않는 관행에 비춰볼 때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관련 업계의 정설이다. 미분양 사태는 주택업체의 후속 분양을 어렵게 해 주택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주택을 건설하면서 금융회사로부터 pf를 일으켜 자금을 조달하는 사실을 감안하면 업체의 어려움은 금융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우려에 따라 정부가 대책을 내 놓았지만 이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미분양 사태는 시장을 정확히 읽지 못한 주택업계의 잘못이 큰 데도 정부가 나서 대책을 세운 것은 지나치게 '친 기업적'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 주택 건설업체의 실패를 정부가 도와주는 셈으로 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대책은 앞으로 새로 발생하는 미분양 주택에는 적용되지 않아 또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신규 분양을 꺼리게 만들어 주택 공급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 미분양 주택을 줄여 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는 데 치중할 게 아니라 실수요자들이 필요한 지역에서, 보다 싼 값으로 집을 살 수 있도록 힘을 쏟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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