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이라고 하고 미국측에서는 단순한 논의였다고 했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있은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관보 게재는 강행되었고 국민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장마 덕을 볼 것이라 여겼던 그 촛불들이 사라지지 않으니 물대포에는 최루물질과 형광잉크가 첨가되고, 곤봉으로 때리고 방패로 내리찍는 것은 기본이요, 넘어진 여자는 짓밟고 구타한다.

국제사회가 한국을 깔보게 한 그 협정은 결국 이렇게 강행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도축장에서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즉각 수출증명(ev)발급이 중단되는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리 되더라도 미국정부와 4주간 협의를 거쳐야 한다. 4주가 지나 개선되지 않는다 해도 수입중단조치를 내릴 수 없고 해당 작업장으로 부터 들어온 물량의 검사비율을 높일 수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는 의심이 들 경우 해당 물량에 대해 제한 없이 전수검사를 실시해온 것과 사뭇 다르게 3%내에서만 표본검사를 할 수 있다.

미국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한국인의 불안이 해소될 때 까지 30개월령이 넘는 소는 수출하지 않기로 했다는데 그 불안의 기준은 30개월령을 판별하는 기준 만큼이나 모호하다.

우리나라 농림부와 복지부 장관이 대국민담화에서 미국 연방정부 수의사가 도축장에 상주하면서 검사한다던 말은 거짓말로 밝혀졌다.

수의사는 비정기적으로 감시만할 뿐 식품안전검사국(fsis)의 단기 프로그램을 이수한 검역직원이 그 일을 맡는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아레사 빈슨의 사인으로 vcjd가 배제되었다고 발표하자 우리 농림부가 mbc pd수첩에 대해 고소하기로 했다며 조중동이 합세하여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그 방송에서 프리온이 질환을 의심했던 22세 여인의 사인은 인간형 광우병이 아니라고 fsis가 먼저 발표를 했었는데 나는 왜 식품 부서가 먼저 나서서 그랬는지 의아했다.

부검을 담당하는 cdc의 npdpsc(프리온질병감시센터)에서 제시하는 프로토콜을 보면 부검은 48-72시간 내에 한다고 되어 있음에도 이 케이스는 왜 이리 늦었을까. 더구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들이 밝힌 2008년의 실적은 54건을 프리온 질환으로 판명하였는데 산발성 및 유전성 cjd가 28건이고 vcjd처럼 전염된 사례는 없었다고 하면서 나머지 26건은 무엇으로 판정된 것인지 설명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렇게 프리온 결과 보고가 허술한데도 조중동과 대통령 그리고 한나라당의 미국에 대한 믿음은 신앙의 경지이다. 왜 우리정부는 미국에 부족한 정보를 캐묻지도 않고 방송사부터 족치는 걸까.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은 언론의 사명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부검의는 누구였으며, 맨눈으로 본 부검 소견에서부터 조직에서 뽑은 프리온 단백질의 전기영동 밴드는 어떤 모양이었고, 면역조직화학염색 결과는 어떻다고 시원하게 풀어 줄 일인데 앞뒤 설명이 없으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cdc는 미국의 정부 기관이다. 우리와 달리 미국에서는 기업의 정치헌금이 합법이고 특히 축산 재벌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래서 나는 미국을 더 못 믿겠다.

다우너 소와 광우병위험 부위가 유통되어 뒤늦게 리콜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우리에게는 믿음직스러운 수의과학연구원이 있었다.

정권이 바뀐 후 광우병 소라고 해도 30개월 이하 이거나 위험부위를 뺀다면 날로 먹어도 된다고 하던 그 조직의 수장에게는 실망했지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공무원을 나는 신뢰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검역주권을 가지고 한 검사를 통과한 쇠고기를 먹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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