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시장에 또다시 칼을 빼어 들었다. 4년 반 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겠다며 역외선물환(ndf)에 뛰어들어 투기꾼들과 맞섰다가 참패한 기억이 새롭다. 그때는 발권력이라도 동원하겠다더니 지금은 외환보유고를 풀어 환율 상승에 대처하겠단다. 환율을 방어한답시고 단번에 몇 조 원을 까먹은 전력이 있는 외환 당국이고 보면 이번 조치의 성패가 자못 주목된다.
정부와 한은이 앞으로 필요한 조치를 강력히 취하겠다며 '모처럼' 공조에 나선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지난 5월 이후에도 환율 오름세가 지속되는 데에는 시장의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외환 당국의 판단이다. 기대심리 불식이 외환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기대심리를 퍼뜨린 장본인은 다름 아니라 당국이다. 재정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고환율 정책을내걸었다. 이른바 '7-4-7' 공약의 선봉을 자임하며 환율을 수출 드라이브의 제물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닥친 제3차 석유 위기로 물가 불안이 고조되자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성장에서 물가로 옮겼다. 그런데도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고 이번에 초강수를 들고나온 배경이다.
정부는 국제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만큼 물가부터 잡는 게 순서라는 지적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성장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물가가 치솟는다면 아무리 성장한들 무슨 소용인가. 정부의 진로 수정이 다행이긴 하나 그 동안 저지른 시행착오의 대가는 적지 않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와 외국인 주식 매도가 지속되면서 달러화 공급 부족이 심화되는 바람에 환율 오름세를 꺾기가 한결 어려워졌다.
국내 경제 상황 악화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신용경색 우려까지 겹치면서 해외 자금 조달이 갈수록 힘들다고 한다. 환율 운용은 그래서 신중하면서도 세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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