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사랑의 성공비법을 푸는 암호다. 약간의 상상력과 문학적 감수성을 발휘하면 그 뜻을 알 수 있다.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하지 말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사랑한다'는 뜻을 표현하라는 말이다. 사랑을 오래 지키려면 사랑하는 마음을 보이지 말아야한다. 사랑하는 마음을 사랑하는 사람이 알아차리면 그 사랑은 이미 자신의 사랑이 아니다. 미움의 표현도 마찬가지다. 미움도 너무 노골적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 사랑이 너무 극단적이면 극단적 미움이 된다.

2010년 12월 12일 일요일 저녁 뉴스에 손자가 조부모를 살해한 사건이 보도됐다. 손자가 입을 열지 않아 살해한 이유는 자세히 알 수 없다한다. 수사관의 말에 따르면 여자친구문제로 가족간에 갈등이 있었다한다. 이로 미루어보아 할아버지가 그 여자친구와의 교제를 반대한 것으로 짐작된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용돈도 꼬박꼬박 주었다한다.손자와 가문의 미래를 사랑하여, 손자가 사랑한 여자를 반대한 대가는 너무 참혹하다. 여자 친구에 대한 사랑의 집착이 극단적 패륜을 저질렀다.

할아버지는 손자의 여자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직접적 극단적 표현을 자제했다면, 손자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자신을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신 교훈으로 생각했었다면 극단적 불행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그 여자 친구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도록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보자고 남자친구에게 권유할 수도 있었으리라. 또 할아버지가 바라는 점을 보완개선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었리라. 분명 그들은 위와 같이 했었으리라. 그러다 일순간 그걸 망각하고 절제하지 못했으리라. 서로의 사랑을 완전히 지키려다가 본의 아니게 극단적인 상황을 맞게 됐다. 결국 자신과 양 가문의 불명예가 되었다.

예전엔 이성과의 사랑도 가문과 후손까지도 염두했다. 건전한 사랑은 건전한 정신과 가문 그리고 건전한 사회와 국가를 형성한다. 전통 유학교육시대엔 연대책임의식과 공동체의식을 강조했다. 자신과 가문의 명예을 중시해 매사에 심사숙고하고 누가 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이 조상의 삶이자 후손의 삶이라는 인식을 하고 생명을 존귀하게 여겼으며 '수신(守身)'의 의지를 견강히 했다. 자신과 가문의 영광을 위해 난관을 극복하고 '자수성가(自手成家)'했다. '나'만이 아닌 '우리'를 생각했다. 선악시비 분별력을 함양했으며 '비례부동(非禮不動)'했다. 자신과 가문과 민족과 조국을 위해 위대한 사랑을 했다. 그것이 '대군자'의 길 '대여걸'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자신과 가문과 미래의 명예를 염두한 '효친(孝親)'과 '애손(愛孫)'의 대표적 실천 사례를 역사 속에서 찾아보자. 이문건(李文楗 1494~1567)은 효친의 곡진한 표현으로 '영비(靈碑)'를 세웠으며, 애손의 은근하고 간절한 표현으로 '양아록(養兒錄)'을 남겼다. 사랑과 미움의 표현미학을 가르치고 배우자. 아무리 미워도 '미워한다 말하지 말고 미워한다 말하라'

/이상주 중원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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