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기슭 소년이 알려주는 티베트 불교의 정수

▲행복을 찾아 떠난 소년 - 권명희 옮김
히말라야 산기슭에서 태어난 소년의 영적 모험을 통해 티베트 불교의 정수를 맛보게 하는 '행복을 찾아 떠난 소년'(샘터)이 출간됐다.

우화형식으로 엮은 이 책은 부탄 왕국의 동쪽 꼴마라는 작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소년 데첸이 구도 여행을 통해 깨달음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을 그렸다.

저자 마티외 리카르(61)는 프랑스 출신 티베트 불교 승려. 분자생물학 박사인 그는 파스퇴르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중 모든 것을 버리고 히말라야로 떠나 35년 전부터 네팔에 살고 있다. 현재 달라이 라마의 유럽 통역자이기도 하다.

티베트어로 '천복을 누리는 금강석'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데첸은 어려서부터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에게 범상치 않은 연민을 드러내는 선한 품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축축히 젖은 풀잎이나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 오묘한 빛깔을 띤 기암절벽들을 바라볼 때 간혹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히말라야 산기슭 마을에서 같은 또래의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라던 소년은 어느 날 삼촌의 손에 이끌려 '눈의 왕국'으로 간다.

그곳의 웅대한 자연 속에서 마침내 구도 여행을 시작한 그는 영적 스승 독덴 린포체를 만나 순연한 자아를 찾고 삶의 진리에 눈뜬다.

"네 삶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말거라. 삶은 짧고, 불확실하며, 여기저기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단다. 우리에게 내일이 올지, 아니면 죽음이 먼저 찾아올지 모르는 일이야. 세상만사가 영원하지 않다는 걸 늘 명심해라"

데첸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쳤던 스승 독덴 린포체는 어느 날 법당에 갈색 승복만 덩그마니 남겨 놓은 채 무지개로 흩어져 버린다.

스승은 물질로 이뤄진 육신을 와해시켜 버린 것이다. 이런 일은 마음의 본질과 현상세계를 궁극적으로 깨달은 자만이 이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서만 일어난다.

스승이 무지개로 흩어진 뒤 살며시 법당으로 들어간 데첸은 안에서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평화롭고도 영적인 분위기가 가득 배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152쪽·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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