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사무총장은 세계적 대통령

전쟁방지와 평화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가 바로 국제연합(UN)이다. 그리고 UN을 대외적으로 대표하고, 안으로는 수석행정관으로서 사무국의 업무를 총괄지휘. 감독하는 직책이 UN 사무총장이다. 그는 국제사법재판소를 제외한 모든 국제연합기관의 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특히 UN총회. 안전보장이사회. 경제사회이사회 등에서 심의되고 있는 안건에 대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국제평화와 안전이 위협 받는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정치적 재량권을 갖고 안전보장이사회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등 위기관리의 방법을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다. 그리고 UN 업무에 대한 평가와 방향제시. 회원국의 관심전환 촉구. 당면 문제의 우선순위와 제시 등을 포함하는 'UN기구 업무에 관한 연례보고서'를 총회에 제출한다.그래서 UN 사무총장을'세계 최고의 외교관'이자 '세계적 대통령'이라고도 한다. 이에 대해 7대 사무총장 '코피 아난 '은 "세계의 치어리더. 세일즈 맨. 고해의 신부. 부채해결사"라고 정의했다. UN 사무총장직의 다양성을 체험적으로 표현했다 하겠다. 임기 5년의 UN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UN 총회에서 선출되는데,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연임되는 것이 관례여서 사실상 10년에 한번 꼴로 교체되고 있다 하겠다.

-UN 사무총장은 세계적 대통령

이같은 세계적 대통령 자리에 한국의 자랑스러운 '반기문' 총장이 취임, 열심히 활동하며 첫 임기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다. 제8대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충북 음성 출신으로, 충북. 충청. 한국이 배출한 불출세의 국제적 인물이라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인은 오는 12월에 5년 임기가 끝나는 그가 재선임 될 수 있도록 전 국민적 지지를 보내 주어야 한다. 재출마에 대해 반 총장은 아직 공식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지만 UN 관계자들은 재출마를 당연시 하고 있다. 반 총장도 간접적으로 연임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19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 인터뷰에서 "(연임 입장에 대해) UN이 하는 일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감하고 있고 (UN 사무총장으로서) 지난 4년 가까이 일한 것을 구체적으로 수량화 하거나 정형화 하기는 힘들지만 성공을 거뒀다는 생각이고, 현재 국제사회의 제반 평가가 아주 긍정적"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 홍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새해 들어 이달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이 세계 평화를 지키는데 중요한 공헌을 했고, 우리는 반 총장의 공헌에 예전처럼 지지하고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흔들지 말라

일본 언론(도쿄 신문. 교도 통신 등)도 지난 5일, 반 총장의 재선 확실성을 경쟁적으로 보도 했다. 이들 매체들은 반 총장이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으로부터 재선 출마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얻은 상태이고, 일본도 그의 유임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UN 회원국(그 중에서도 특히 개발도상국)의 반 총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외면하고 국내 일부 정치권이 반 총장을 (수차례 국내 정치에 관심 없음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하거나, 언론이 흥미위주로 대선후보 여론조사 대상에 반 총장을 포함시켜 발표하는 행태 등은 반 총장의 재선 발목을 잡는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 반 총장 재임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고 있는 일부 타국의 잠재적 경쟁자에게 반대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UN 사무총장은 통상적인 관례로 각 대륙 출신이 돌아가면서 맡도록 되어 있어 대륙별로 50년이 넘어야 기회가 한 번 돌아온다. 반 총장이 재임에 실패하면 금세기 내에 '한국인 UN 사무총장'은 기대난이다. 모두가 반 총장 재선에 기를 모아 보내야 한다.

/김춘길 본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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