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독도 영유권 표기 방침에 이어 독도를 '주권 미지정 섬'으로 바꾼 미국 연방정부 산하 지명위원회(bgn)의 급작스런 표기 변경은 국가간 이해관계에 따라 어제와 오늘의 입장이 달라지는, 냉정한 국제외교무대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bgn의 표기 변경 배경과 관련한 미 국무부 브리핑 역시 표리부동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어서 씁쓸할 따름이다. 굳이 고문서나 고서적 등 역사적인 자료를 들추지 않더라도 독도가 한국의 고유 영토임이 분명한데도 미국이 갑자기 이렇게태도를 바꾼 것은 행여라도 쇠고기 수입 추가협상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바탕으로 감정적 대응에 나선 게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곤잘로 갈레고스 미 국무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을 뜯어보면 미국이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객관적 사실보다는 일본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배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선 유감스럽다. 그는 "bgn에 (표기 변경과 관련해) 어떤지침을 주었느냐"는 한국 특파원단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질문해 줘서 고맙다"며"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오랫동안 다퉈온 독도문제에 대해 어느 쪽의 영유권 주장도 거들지 않는 '중립적' 입장에 변화가 없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 합의하는 어떤 결과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독도 영유권 다툼은 한일간 문제이니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우리는 겉으론 중립을 표방하지만 뒤로는 엉뚱한 잣대를 들이대는 미국의 이중성을 간파할 수가 있다.
미국은 일본이 중국, 대만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댜오위다오에 대해서는 철저히 일본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명은 분명히 '댜오위다오'이지만 아예 등록조차 않고 행정구역상 오키나와에 속하는 일본령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쿠릴열도 상의 북방 4개섬에 대해서는 '실효적 지배'를 앞세워 러시아 영토임을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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