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 김기창 화백(1914~2001)이 말년에 기거했던 충북 청원군 내수읍 '운보의 집' 일부가 4차례의 유찰 끝에 청주에 거주하는 곽모씨에게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운보의 집을 관리해 온 운보문화재단도 응찰했으나 최고가 매수인 곽모씨보다 1억4000여만원이 적어 낙찰에 실패했다.

충북인들이 운보의 집에 관심을 갖는 것은 수년간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운보 화백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하루 수천명씩 방문하던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겼기 때문이다. 이는 운보의 집 관리권이 양분화 되어 2005년 11월 경매를 통해 낙찰 받았던 한모씨와 운보문화재단과 갈등으로 주차장 이용이 불가능하고 운보공방도 폐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2007년 초 미술관 등에 대한 재단의 불법 개보수에 따른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이사진 선출과 관련한 내부의 불협화음으로 이사장 직무집행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또 전 소유주 한씨는 최근까지 운보의 집 운영 주체인 운보문화재단과 조경석, 조경수를 둘러싼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이번에 경매가 된 부동산은 토지 2만5772㎡, 건물 961㎡ 의 도예공방 등으로 한씨가 은행 대출금 15억원을 갚지 못해 감정가의 41%인 10억6370만원으로 경매에 나왔다.

이에따라 이 부지를 매수한 곽씨가 운보문화재단과 원만히 합의하여 운보의 집 활성화에 기여하고 옛 명성을 되찾아 충북의 새로운 명소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운보의 집은 김 화백 타계 후 운보문화재단과 ㈜운보와 사람들이 공동 운영했지만 부도난 ㈜운보와 사람들 소유의 부동산이 한씨에게 낙찰돼 한씨와 운보재단 측과 콘텐츠 사업에 대한 마찰로 파행을 겪었다. 한씨는 자신의 부동산에 권리를 행사한다며 금줄을 설치 출입을 제한했으며 주차장의 이용도 금지시켰다.

이 때문에 많은 방문객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고 이곳에서 매년 열리던 미술대회 등 각종 행사도 중단됐다. 이번에 낙찰된 부지와 건물은 주차장과 공방 등 해당 용도로만 사용이 가능해 반드시 운보재단과 활용 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입찰에 응했을 곽씨가 재단과 어떻게 협의에 나설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김동연 운보문화재단 이사장은 "낙찰자가 청주에 거주하는 만큼 운보의 집 정상 운영에 대한 지역 정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재단은 운보의 집 정상화에 대한 지역민의 염원을 감안해 대화의 장을 열어 놓고 소통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운보의 집은 지난해 KBS 2TV 인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주인공인 김탁구의 생모 미순의 집으로 소개돼 더욱 각광 받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재단과 곽씨가 손을 잡으면 전 처럼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이며 이는 충북도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운보의 집 인근은 이미 공예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청원군이 행정 절차에 들어갔으며 진입로도 확장할 계획을 세우는 등 운보의 집 활성화가 가시권에 들어 와 있다. 이에따라 재단과 부동산을 매수한 곽씨만 잘 합의 한다면 옛 명성을 되찾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곽씨도 도민의 한 사람으로 운보의 집이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되도록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운보의 집이 활성화 되어 많은 관광객이 입장한다면 주차장과 공방 등을 소유한 곽씨에게도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운보의 집이 새롭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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