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헬기추락 사고 계기, 장비노후 문제 등 조명
5년간 1700여명 업무중 사고
"정작 우리 안전 보장 못받아"

[충청일보 신정훈기자]연이은 소방관들의 순직에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광주 헬기 추락 사고를 계기로 노후 장비 실태가 조명되면서 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 요구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7일 광주도심에 소방 헬기가 추락해 세월호 현장에서 수색지원 업무를 마치고 강원도로 복귀하던 소방관 5명이 순직했다.


 14일에는 제주도에서 화재 진압을 벌이던 소방관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고, 외상후스트레스로 환청에 시달리던 소방관이 고층 아파트 외벽을 타고 내려가다가 떨어져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엿새 동안 무려 7명이 숨졌다.


 최근 5년 동안 업무 중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이 30여 명에 달한다. 부상자를 포함하면 1700명이 넘는다.


 이처럼 소방 업무 중에 순직자 및 부상자가 유난히 많은 것은 위험을 다루는 업무 특수성도 있지만 안전과 직결된 장비 탓도 적지 않다. 이번 광주 소방헬기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 노후 소방장비가 의심을 받는 경우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충북도소방본부 보유 장비(주력 소방차)의 노후도는 25.3%로 조사됐다.


 이는 충남 36.9%, 강원 31.7%, 전남 28.0%에 이어 전국 18개 소방본부 중 7번째다. 특히 13년(사용 연한 10년)이 넘은 차량이 펌프차가 14대, 물탱크가 3대다. 구급차도 사용 연한(5년)이 지난 차량이 6대나 운영 중이다.


 개인 장비도 마찬가지다. 방화복 39.2%, 공기호흡기 27.7%, 안전화 17.5%, 장갑 16.8%의 노후 장비가 운영 중이다. 안전화와 장갑, 공기호흡기도 전국 평균 노후화 비율보다 높은 실정이다.


 장비 노후화도 문제지만 외상후스트레스와 같은 정신 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소방방재청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만7093명의 소방관 가운데 1만4466명(33%)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등 1가지 이상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1개월 이내에 치료 경험이 있는 비율은 6.1%에 불과,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구조대원 A씨는 "교통사고 사망자, 자살자, 수난 사고 등 끔찍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본 뒤 겪는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다"며 "소방관들도 일반인과 같은 사람이기에 잔상이 오래가고 충격도 만만치 않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충북도소방본부의 한 관계자는 "여기저기 부르는 곳은 많지만 정작 우리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처우 개선은 말할 것도 없이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고는 셈"이라고 말했다.

▲ 소방관의 기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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