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으로 인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이를 영구히 포기한다" 이것이 일본국헌법 9조 1항이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및 그 밖의 전력은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2항과 더불어 일본 평화헌법의 핵을 이룬다.

지난 1945년 일본이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하고 이듬해 1946년 11월 3일에 일본국헌법이 반포된 이래 일본은 줄곧 이 헌법을 국가의 최고 가치이자 국가운영 및 국제관계의 근간으로 삼고 그 정신을 계승해왔다. 그런데 아베 정권은 출범 직후부터 이 평화헌법을 훼손시키는 작업에 착수했고, 특히 올해 들어 노골적으로 그 야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4월에 국민투표를 통해 9조를 개정하겠다더니 그것이 여론의 저항에 부딪히자 7월에는 9조를 재해석하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일본이 자학사관(自虐史觀)을 벗어나 '보통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아베 총리의 주장인데 그가 말하는 '보통국가'란 다름 아닌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라는 뜻이다.

이어 아베 정권은 '무기수출3원칙'을 깨고 이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1.공산권 국가, 2.UN 결의에 의해 무기 수출이 금지된 국가, 3.국제분쟁의 당사국 등 위험국가들에 대한 무기 판매를 금지하는 이 3원칙이 있었기에 그나마 일본은 불황의 절정에서도 죽음을 팔고 돈을 버는 검은 유혹을 멀리 할 수가 있었다.

대신 그가 내놓은 '방위장비이전3원칙'에는 평화공헌 또는 일본의 안전보장에 도움을 준다고 판단되면 무기수출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 기준이 애매할 뿐더러 한번 수출된 무기는 그 전매(轉賣)를 막을 길이 없어 자칫하면 세계무기시장에서 일제 무기들이 버젓이 판매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2차세계대전에서 300만 명 이상의 일본국민이 목숨을 잃었고, 그 밖에 주변국까지 포함하면 청일전쟁 이후 일본이 일으킨 제국주의전쟁의 희생자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르고 얻어낸 평화헌법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게 개정하려고 아베 정권이 획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의 후퇴요, 국제사회에 대한 배신이다.

일본이 영구적으로 전쟁을 포기한 것은 단편적으로 보면 패전의 결과였으나 그것은 결코 창피도 수치도 아닌 평화를 갈망하는 인류 소원의 결정체(結晶體)다. 역사는 행동하는 소수가 움직인다지만 일본의 아니 세계인의 보배와 같은 이 귀한 평화헌법을 소수 집단의 횡포에 짓밟히게 놔둬서는 안 된다. 일본국헌법 전문은 다음 문구로 끝마친다.

"일본국민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전력을 다해 이 숭고한 이상과 목적을 달성할 것을 맹세한다" 지금이야말로 일본의 양심세력이 대동단결해 평화를 향한 국민과 국제사회의 숭고한 뜻을 사수할 때다.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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