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도축장에서 또 뛰쳐나와… 올해만 3번째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치는 지자체에 경악"

[충청일보 신정훈기자]최근 청주도심에 잇단 소탈출 사건으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보행자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도축장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어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9일 오전 10시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의 한 도축장에서 32개월짜리 수컷 황소가 탈출했다. 탈출한 소는 도축장 인근 10m 가량 떨어진 곳을 10분 동안 아무런 제지없이 활보,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소는 이 도축장에 돼지를 싣고 들어오던 차량의 진로 차단으로 직원들에게 붙잡혔다. 다행히 인명·재산피해는 없었다.
 

이 도축장에서는 지난 2월 말에도 젖소가 탈출해 60대 행인이 소에 받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달 뒤인 3월에는 청주시 송절동 우시장에서 300kg 송아지가 탈출했다가 4시간 만에 붙잡혔다.
 

소탈출 사고가 잇따르자 당시 청주부시장은 해당 도축장을 방문, 추가 사고 예방에 철저한 대비책 마련을 당부했다.
 

시는 부시장 현장 방문 사진까지 곁들여 가축시장 정·후문에 안전관리원 배치, 출입문에 안전사고예방 현수막 부착, 울타리 펜스 취약부문 보강 등을 마련하겠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그러나 시의 그럴 듯한 대책은 허울에 불과했다. 도축장에 지시를 내린 이후 시 담당 공무원들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현장지도 및 점검을 하지 않았다.
 

청주시 축산과의 한 관계자는 "원래 청주시는 지도·점검·행정처분의 의무가 없고 이는 모두 충북도 축산과의 업무"라며 "그래도 청주시에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를 고려해 안전시설을 설치할 것을 지시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은 인명 피해도 없었고 10분 만에 바로 붙잡았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 없이 안전에 신경써달라고 주의를 줬다"고 덧붙였다.
 

청주시가 책임을 떠넘긴 충북도 역시 주민들의 안전에는 무감각했다.
 

충북도 축산과의 한 관계자는 "축산위생관리법상 안전한 축산물 관리가 임무일 뿐 안전시설 및 안전에 대한 지도 점검은 충북도가 담당하는 부분이 아니다"며 "안전상의 문제는 도축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충북도와 청주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온전히 도축장의 안전상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 인근 주민들은 탈출소까지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도축장 인근 아파트 주민 김나래씨(25·여)는 "지난 보행자 사망 사건 이후 도축시설에서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는 줄 알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또 다시 소가 탈출했다는 소리를 듣고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지자체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안전불감증이 아직도 공무원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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