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행우문학회 회원)

지난 토요일 사위의 생일이라 서울엘 다녀왔다.
 

모처럼 서울 나들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시외버스 터미널을 향했다.
 

미리 예매를 해 창구에서 표를 받아 대기석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출발시간 10분전 버스 승차권을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허둥대는 나를 보고 아들이 제가 찾아보겠다고 가방을 이리저리 뒤진다.
 

그러나 표는 아무데도 없다. 다급한 마음에 창구에 가서 표를 분실했으니 재발급 해달라고 하니 안 된단다.
 

안절부절 하는 동안 어떤 분이 '조금 전 청소하는 아줌마가 표 잃어버린 사람'을 찾았다고 말해준다. 때맞춰 버스기사가 큰소리로 '강남터미널 10시차 승차권 잃어버린 사람'을 외친다. 얼굴이 홍당무가 돼 버스에 오르는 나를 보고 "표를 잃어버리면 당연히 버스 있는 데로 와야지유"기사가 던지는 말 한마디에 더 머쓱하고 무안하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버스에 몸을 싣고 가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어이가 없다.
 

표를 받아서 지갑에 넣은 것 같은데 언제 바닥에 념어진 것인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으니, 터미널에 도착할 때 까지 머릿 속에 온 갖 잡념들이 전쟁 아닌 전쟁을 한다.
서울에 도착해 내리자마자 아들이 제 누나에게 잃어버린 버스표 사건을 농담처럼 주고받으며 낄낄댄다. 점심을 먹고 시내를 다니는데 군데군데 텐트를 쳐놓고 주차를 대신 해주는 곳이 많이 보였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주차를 대신 해주는 '발렛파킹'이라고 했다. 처음 들어 보는 소리다.
2000~3000원 받고 주차를 해준다고 한다. 주차를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좋을 것 같았다.
 

오랜만에 보고 싶었던 딸과 사위랑 한양 구경을 두루두루 하고 터미널에 와서 돌아갈 표를 구입하는데 아들이 웃으면서도 못미더운지 "버스표는 내가 가지고 갈게요"한다.
 

그런데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발렛'이라는 말이 생각이 안 났다. 옆에서 자고 있는 아들을 깨워 "서울에서 대신 주차 해주는 거 뭐라고 했지?", "발렛파킹이요, 적어 드려야겠네"하며 잠을 청한다.
 

다음날 아침 일어났는데 또 생각이 안 난다.
 

한심한 마음에 핸드폰 검색을 했는데, 교회서 예배를 드리는 동안 또 잊어버렸다.
 

그 단어 생각에 집착을 하다 보니 목사님 설교가 제대로 들어올 리가 없다. 이런 내가 한심해 혹시 치매가 온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됐다.
 

팔십 넘은 우리 시어머니의 정신없는 행동을 보면서 나는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이제 나도 어쩔 수 없나 보다.
 

핸드폰이 없다고 찾아보라 해 전화를 걸어보면  옷장 속 옷에서, 이불속에서 벨 소리 날 때가 다반수다.
 

현관번호가 생각 나지 않아 고생을 했다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에게 열쇠를 사용하라고 짜증을 낸 것이 죄송스럽기만 하다.
 

요즘 치매예방과 치료는 정부가 나서야 된다고 말할 정도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조기예방과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내가 미리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뇌의 모양인 호두가 좋다고 하니 호두도 많이 먹고, 긍정적인 생각, 적당한 운동, 독서가 좋다고 하니 내가 좋아하는 책이나 읽어 볼까나…

/김복회(행우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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