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순 서울본부 취재국장

고구려에 대한 저우언라이(周恩來)와 후진타오의 입장은 큰 차지를 보이고 있다. 역사는 객관적 사실로 존재하지만 해석은 보는 이에 처한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혁명 1세대로서, 외교를 총괄하는 내각 총리를 역임했던 저우언라이는 1963년 중국을 방문한 북한 조선과학원 대표단을 만나 "중국 역사학자들이 대국주의와 쇼비니즘(국수주의) 관점에서 역사를 서술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두만강·압록강 서쪽은 역사 이래 중국 땅이었다는 것은 황당한 애기이며 역사학자의 붓끝에서 나온 오류"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후진타오 현 중국 주석은 달랐다. 그는 지난 2000년, 고구려를 중국 소수민족 정권으로 규정하는 대표적인 학자인 쑨진지(孫進己)의 연구를 매우 중시하고 지지했다. 나아가 중국 사회과학원에 지시해 동북 변방 역사 및 현재의 상황과 관련된 일련의 연구 프로젝트로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추진하게 했다.
미국과 일본과 비교할 때 아직도 중국은 되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이어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평소에 거대국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 경탄하다가도 우리와 엇갈리는 대목에서는 대뜸 무식해서 건방진 놈으로 되돌리기 십상이다. 중국은 이어도가 자국 영토라는 주장을 지난 13일 국가해양국 공식 웹사이트에서 삭제했다가 다음날 원 상태로 돌려놓았다. 이날 서울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다.
회담의 순조로운 개최를 위해 꼼수를 부린 것 같다는 말을 들어도 중국은 할 말이 없게 된다. 이어도에 대해선 한·중 양국이 오래전부터 영토 문제가 아닌 해양경계선 획정 방안의 문제로 보고 협상 중임을 중국 정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어도는 우리나라 최남단 섬인 마라도에서 149km 떨어져 있어 중국의 퉁다오 섬까지의 거리 247km 보다 휠씬 가깝다. 국제적 기준이 중간선을 택한다 해도 한국 땅이 분명하다. 중국의 이어도 망발은 한국 고대사를 왜곡해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하다 동북공정도 부족해 이제 해상공정에 나섰다는 의혹마저 갖게 한다. 이에 앞서 중국이 지난해 1월 창춘(長春)에서 열리는 제6회 겨울아시안게임 성화를 백두산에서 채화 했다. 올림픽 채화와 다른 것은 배경에 헤라신전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 천지라는 점이다.
이를 본 외국인들은 이제 백두산을 중국의 산으로 기억할 것이다. 물론 1962년 북한과 중국이 체결한 중조변계조약에 따라 천지의 45%는 중국령이기 때문에 국제법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 사이에 국경조약이 있건 없건 백두산정계비의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창바이산(長白山)은 중국의 산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중국의 성화 채화는 동북공정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는 백두산공정까지 노골적으로 벌이고 있다. 동북공정의 핵심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 왜곡만이 아니라 현재는 물론 아픔으로 있을지 모를 간도 등을 둘러싼 영토분쟁에 대비한 정지작업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적극 대처하기보다는 중국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다.
그동안 동북공정에 학술적으로 대응하던 유일한 기관이던 고구려연구재단마저 2년 만에 해산하고 동북아역사재단에 흡수 통합시켰다. 올림픽 이후 중국의 동북공정 의도가 더 치밀하고 거세질 것이다. 중국의 이같은 태도는 일본이 독도를 자기들의 영토라고 교육하겠다는 태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란 후진타오의 고구려 해석은 중국이 한국을 보는 시각 면에서 100년전 이흥장 이전으로 돌아감을 의미한다.
힘을 갖춘 중국은 동아시아의 대변화를 앞두고 한국에 고분고분 무릎 꿇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지금은 중국이 상승곡선이고 한국은 정체상태다. 이 나라 지도자와 정치권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시선을 안으로만 행한 채 그나마 쌓아놓은 역사마저 깎아내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