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지내니 하늘이 더욱 높푸르고 날씨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전에 축구를 비롯한 일부 종목은 지난주부터 이미 시작됐다.각국 선수단이 우리나라 가을 날씨를 무척 부러워할 것 같다.금수강산이라 일컫는 자연환경과 더불어 문화유산 또한 우리의 자랑거리다.
 

그 중 하나로 지난 8월 30일 충북수필문학회 행사로 다녀온 원주의 박경리 문학공원이 생각난다. 박경리 문학공원은 삼천여 평의 아담한 공원이지만, 그 속에 품은 의미는 광활하고 깊다.경남 하동 평사리에서 간도 용정까지의 삼천여 리를 무대로 하여 펼쳐진 대하소설 〈토지〉의 심오한 의미를 가는 곳마다 담은 큰 공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박경리 문학공원은 선생님의 옛집과 뜰, 집필실이 원형대로 보존돼 있었고, 주변공원은 소설 토지의 배경지를 옮겨놓은 3개의 테마공원(평사리마당, 홍이동산, 용두레벌)으로 잘 꾸며져 있어, 오래 전에 읽은〈토지〉의 숨결이 옮기는 걸음마다 진하게 느껴졌다.
 

평사리마당을 보니, 소설이 시작되는 하동의 평사리 마을이었다. 섬진강을 나타내는 맑은 시냇물, 선착장, 둑길 등이 아담하게 그려져 있었다.나무로 둘러싸인 홍이동산 위의 돌 쉼터에서 바람을 쐬니 주인공 홍이와 평사리 마을이 그려졌다.

〈토지〉2부의 주요배경지인 간도 용정의 어원인 용두레우물과 간도의 벌판을 나타낸 용두레벌! 일송정, 용두레우물, 돌무덤, 흙무덤 풍경 등으로 조성된 용두레벌을 둘러보보니, 몇 년 전, 다녀온 용정의 모습들이 떠올라 더욱 감회가 깊었다. 중국 동북 지방 지린성(吉林省) 동남부에 있는 간도! 한(韓)민족 자치주가 설치된 지린성(吉林省), 랴오닝성(遼寧省),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일대에 걸친 지역으로, 조선 시대부터 우리 민족이 이주하여 개척한 곳으로 현재도 많은 한국인이 살고 있는 곳이다.
 

거칠고도 아름다운 용정 땅을 떠돌다가 되돌아와야 할 곳은 살구나무숲이 반갑게 맞아주는 평사리 고향땅이었고, 이 공원에서는 바로 대문 앞이었다.대하소설 토지! 동학농민혁명과 갑오개혁 등이 지나간 1897년부터 광복을 맞이한 1945년 8월 15일까지의 우리 근대사를 시대배경으로 했다. 경남 하동 평사리 농촌마을을 비롯하여 지리산, 서울, 간도, 러시아, 일본, 진주 등에 걸친 광범위한 공간을 함축해 뜻깊게 조성한 문학공원이다.
 

청주로 돌아오면서〈토지〉의 주인공들처럼 각고의 인내, 용기와 집념으로 역경을 극복한 위대한 삶을 영위한 선생님의 말씀을 되새겨 보았다.글을 쓰지 않는 내 삶의 터전은 아무 곳에도 없었다. 목숨이 있는 이상 나는 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내게서 삶과 문학은 밀착돼 떨어질 줄 모르는 징그러운 쌍두아, 존엄성은 바로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숭고한 것을 지키는 것…….

/김진웅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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