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흡연율은 OECD 최고의 수준이고 그에 비해 담뱃값은 최저수준이라고 한다.
 

아울러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1위가 폐암으로 조사됐다. 담배처럼 세상에 널리 퍼지고 인간을 속속들이 점령한 것은 신을 빼고는 없을 것이란 얘기가 있다.
 

또 '연애보다 담배를 먼저 배웠다'고 고백한 문인은 '무럭무럭 허공을 돌다가 자취 없이 스러지는 담배에서 우리는 인생의 끊길 줄 모르는 자극성 요구의 일면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호기심에 시작해 골초가 되고, '오늘부터 다시는 안 피우겠다'는 다짐도 헛되이 어느 틈에 초조하게 또 담배를 찾는 중독성이 무섭다.
 

지나온 격동의 반세기동안 우리의 담배는 즐거울 때는 즐거워서, 슬프면 슬퍼서 가까이했던 담배였기에 우리 민족에겐 그만큼 더 많은 애환과 추억을 피워 올린 하얀 연기였는지도 모른다.
 

중장년층 흡연자들은 담배와 함께한 세월만큼이나 숱한 사연과 애환도 많다.
 

그 중에서도 까치담배와 화랑담배에 대한 추억은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담배 한 갑 살 여유마저 궁했던 시절, 버스정류장 토큰판매소의 맨 앞줄에 여러 종류의 담뱃값이 활짝 열려 있었다. 고달프고 힘든 시름을 달래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무표정한 얼굴의 아주머니와 동전으로 담배 한 개비를 거래한다. 아무 말 없이 고무줄에 매달려 있는 라이터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는 것이 아주머니의 마지막 서비스였다. 
 

그러나 폐부 깊숙이 들이킨 연기로 가슴만 답답할 뿐이고, 포장이 덜 된 신작로 길 위에 침 한 번 시원하게 올려 뱉어 가슴속 울분을 토해보지만 가난한 행위의 무한반복이라 슬프고 안타까웠다.
 

지금도 버스정류장 앞에는 그 때와 비슷한 모양의 상점들이 있지만 토큰과 까치담배들은 세상의 풍요로움에 밀려 사라졌다.
 

또한 군대 다녀온 사람치고 담배 한 개비에 얽힌 추억쯤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1949년 첫 선을 보인 최초의 군용담배인 '화랑'은 1981년 말까지 무려 32년간 생산된 국내 최장수 담배로 국군의 산증인이다. 6·25 전쟁에서 죽어가는 전우를 끌어안고 목 놓아 부르던 '전우의 시체를 넘고넘어/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라는 가슴 아픈 진중가요와 함께 대한민국 남자들이 대부분 겪었던 병영의 애환과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담배의 해악에 대한 인식의 확산으로 군대에서도 담배보급은 없어지고 항공기와 열차, 식당, 술집은 물론 거리에서도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 담뱃값 인상이 부족한 세수를 매우겠단 꼼수가 숨어 있는 것이라니 씁쓸하기도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금연을 유도하고 흡연율을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하니 믿어볼 수밖에 딱히 도리가 없다.
 

삶에 찌든 시름을 달랠 담배 연기마저 시원하게 뱉어낼 길이 점점 막혀가고 있으니 그에 얽힌 애환과 사연들을 이젠 추억으로 묻어두고 이참에 사회전반으로 확산된 금연대열에 합류해 건강백세를 위한 실천적 행동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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