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영헌 기자

▲사회부 이영헌 기자
요즘 tv 드라마는 경쟁이라도 하듯이 고구려사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여기에 자주 등장하는 게 삼족오를 새긴 깃발·휘장이다. 삼족오는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새로서 해를 상징한다.
얼마전 종영한 주몽이라는 드라마를 통하여 알려진 삼족오는 일본축구협회 엠블럼 속에도 등장한다. 2002 한일월드컵은 4강 신화와 함께 우리에게 환희와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2002 한일월드컵은 양국의 공동개최로 대회 준비과정에서 두 국가 사이에 갈등도 적지 않았는데 그 중 하나가 대회 엠블럼의 선택이었다.
엠블럼 선택과정에서 일본 측이 내세운 것이 바로 삼족오다. 우리나라 전설의 새가 우리 무관심 속에 일본의 새로 뒤바뀐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삼족오가 우리의 새인지도 모르고 그저 일본만을 상징하는 새라며 그 제안은 거절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해상왕으로 알려진 장보고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해신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야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 장보고지만 일본에서는 해상의 제왕인 해신으로 불리어지며 신으로 모셔진다.
중국의 서주에 장보고가 재당(在唐) 신라인을 위해 지은 법화원이 있다. 이 사찰은 몇 년 전 일본인이 자금을 후원해 대대적인 복구작업이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 고유의 모습이 아닌 일본식으로 바꾸어지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한·일관계를 비추어 볼 때 몇 백년이 흐른 후 일본식 사찰의 모습을 하고 있는 법화원을 내세우면서 장보고는 일본인이고, 청해진은 일본이 해상권의 장악을 위해 마련한 식민기지라고 주장을 하지나 않을까하는 께름직한 상상까지 해본다. 지금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모습과 삼족오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일본의 새가 되었듯이….
역사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기가 아니다. 미래 우리의 모습을 비추어 주는 거울임을 명심하고능동적인 대처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영헌 기자 ㆍsmeyes@cc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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