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과학자가 돼서 뭐하려고? 평생 시집도 못가고 노처녀로 살래?" 내가 자연대학 화학과를 진학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이 하신 말씀이다.
 

남녀공학인 대학으로 진학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에도 "여대를 가야 시집 잘 간다"고 반대하셨다. 어찌어찌 타협을 봐서 남녀 공학이지만 여자 직업으로 좋다고 여기시는 사범대학에 진학했고, 지금 나는 사범대학의 화학교육과에 유일한 여교수로 20년 가까이 지내고 있다.
 

그 많던 화학교육과 여학생들은 왜 여교수의 꿈을 꾸지 않았을까? 남성만으로 구성된 보편적 교수 사회는 그들의 꿈을 길러주기 어려운 환경이었을 것이다. 이제 만 6년이 넘게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지원사업으로 WISET(Woman in Science, Technology & Society) 충북지역사업단장을 맡으면서 내 성인지력은 꽤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성인지력이 높다는 것은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일까? 이러한 화두로 올해 충북도청 여성정책관실과 도내 여러 대학 및 공군사관학교와 함께 '2014 대학생과 함께하는 성평등 토론회'를 개최한다. 지난 1일에 한국교원대에서 공군사관학교 생도들과 한국교원대 예비교사들이 함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주제는 '군가산점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교사의 성인지 능력이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1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토론대회의 열기는 뜨거웠다. 군가산점제도는 성차별인가? 오히려 군가산점제도의 폐지가 역차별인가? 일정비율로 여성이나 남성을 뽑는 쿼터제는 성차별인가? 등 예민한 문제들이 토론장에 던져졌다.
 

성평등에 대한 사고는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통한다. 그러나 이것은 무조건적인 관대함이나 양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소수가 다수가 될 때, 그들을 배척하는 보이지 않는 차가운 상황이 개선되고, 다양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배려에 대한 특별장치가 없어도 진입 장벽의 문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여자가 세상의 절반인데, 여교수는 손에 꼽을 정도인 대학 문화, 이공계 분야의 문화를 개선하려면 "여자라서 안돼." 라는 사고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 나는 아들만 둘이다. 하지만 내 아들들이 행복해지려면 그들의 배우자가 행복해야 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 내 아들들은 나보다 나은 성인지력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나는 이러한 노력을 하는 것에 자긍심을 가진다.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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