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부상에서 회복해 24일 만에 마운드로 돌아온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7·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가을야구의 중요한 승부처에서 빼어난 투구로 제 몫을 단단히 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류현진이 마운드를 떠난 이후 결승 홈런을 얻어맞고 패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3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1홈런을 포함한 5안타를 내주고 1실점만 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볼넷 하나를 허용했고 삼진은 네 개를 잡았다. 94개의 공을 던졌고 그 중 스트라이크는 59개였다. 

류현진은 1-1로 맞선 7회초 2사 후 자신의 타석 때 대타 스콧 반 슬라이크로 교체됐다. 

부상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한 류현진의 호투에도 불펜진이 허약한 다저스는 결국 1-3으로 졌다. 

류현진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은 스콧 엘버트가 7회 콜튼 웡에게 결승 2점 홈런을 얻어맞아 다저스의 무릎이 꺾였다. 

5전 3승제 디비전시리즈에서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내세우고도 1차전을 내줬다가 잭 그레인키의 활약 덕에 2차전을 승리한 다저스는 류현진의 역투에도 패배를 떠안고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궁지에 몰렸다.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다저스는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4차전에서는 1차전을 뛴 커쇼를 다시 선발로 내보낸다. 

이날 류현진의 출전은 지난달 1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정규시즌 경기에서 어깨 통증을 느껴 1이닝만 던지고 5피안타 4실점을 기록한 채 강판당한 이후 24일 만이다. 

당시 15승 고지를 눈앞에 뒀던 류현진은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로 정규시즌을 먼저 마치고 부상 치료에 전념하며 포스트시즌을 준비해왔다.

이번 세인트루이스전은 류현진이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세 번째 출전한 포스트시즌 경기다.  

류현진은 지난해 10월 7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디비전시리즈에서 3이닝 동안 6피안타 4실점으로 무너지며 생애 첫 빅리그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10월 15일 세인트루이스와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는 7이닝 동안 3안타만 내주고 무실점하는 역투로 한국인 투수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첫 승리라는 새 역사를 썼다. 

올해 원정경기에서 10승 4패,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할 만큼 적진에서 유난히 강했던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에 대한 포스트시즌의 좋은 기억까지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의 선발 대결 상대는 올 시즌 14승 10패, 평균자책점 3.82를 기록한 메이저리그 12년차의 베테랑 우완투수 존 래키였다. 

류현진은 1회부터 시속 94마일(약 151㎞)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질 정도로 구속이 좋았고, 제구도 부상 이전 모습 그대로였다. 

톱 타자 맷 카펜터를 시속 121㎞의 커브로 속여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랜들 그리척 역시 같은 구속의 커브로 루킹 삼진을 잡아내며 산뜻하게 시작했다.

맷 홀리데이에게는 풀카운트에서 한복판에 던진 공이 볼로 판정돼 볼넷으로 첫 출루를 허용했지만 4번 타자 조니 페랄타를 3루수 땅볼로 요리하고 가볍게 1회를 넘겼다.

2회에는 맷 애덤스와 야디에르 몰리나에게 연속해서 중전안타를 허용하고 무사 1,2루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존 제이를 삼진으로 쫓아내고 웡과 투수 래키를 내야 땅볼로 요리해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갔다. 

다저스는 1, 2회 연속 선두타자가 살아나갔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1회에는 1사 3루 기회를 놓쳤고 2회에는 2사 1,2루에서 류현진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다저스가 찬스를 살리지 못하자 세인트루이스가 선취점을 뽑았다.

류현진이 3회 첫 타자 카펜터에게 중월 솔로 홈런을 얻어맞았다. 1볼-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자 좌타자 카펜터가 그대로 받아쳐 펜스를 넘겼다.

1사 후 안타 하나를 더 내주긴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류현진은 4회에는 1사 1루에서 웡을 병살 처리하고 공 8개로 마무리하며 안정을 찾아갔다.

5회에는 투구 수를 더 줄여 공 7개만 던지고 이날 처음 삼자범퇴로 막았다.

5회초 공격에서 류현진의 희생번트로 이어간 2사 2루 기회도 살리지 못한 다저스는 6회초 드디어 균형을 되찾아왔다. 

디비전시리즈 1차전 마지막 타석부터 이날 앞선 두 타석까지 7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던 야시엘 푸이그가 우선상을 타고 흐르는 3루타를 치고 나가 기회를 열었다. 애드리안 곤살레스가 좌익수 뜬공, 맷 켐프가 삼진으로 물러나 또다시 맥없이 주저앉나 싶었지만 핸리 라미레스가 우익수 쪽으로 동점 2루타를 날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다저스는 7회초 2사 후 류현진 타석이 되자 대타 스콧 반 슬라이크를 내보냈다. 반 슬라이크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 류현진은 이날 승패를 기록하지 못하게 됐다.

게다가 다저스는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엘버트가 첫 타자 몰리나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1사 3루에서 웡에게 우월 투런 홈런을 맞아 1-3으로 다시 끌려갔다.

다저스는 8회말 1사 만루의 추가 실점 위기를 잘 넘기고 역전을 노려봤다.

하지만 9회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을 상대로 1사 1,2루의 마지막 찬스를 잡고도 후속타 불발로 그대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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