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육정책을 보면서 "동량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보육정책은 출산정책과 맞물려 이뤄지기 마련이다. 정부의 보육정책이 아이를 더 낳자는 생각은 못할망정,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장려정책 예산에서 무상보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라고 한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무상보육의 실효성을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변화 속도를 볼 때 이 수준으로 낮아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현상 유지를 하려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무상보육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중앙정부의 무상보육 예산 떠넘기기는 출산율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무상보육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은 반드시 이뤄 질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믿으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예산이 필요하지 않은 제도조차 쪽박을 깨는 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되는 제도 중 '어린이집 입소대기 관리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다.

정부가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부모와 어린이집의 편리성이 보장되는 제도라며 야심차게 내놓은 것이다. 효율성과 투명성 그리고 편리성은 있을 수 있다하더라도 합리성은 결여돼 있는 것 같다. 두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를 같은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다면 그것이 제대로 된 제도인가? 한 아이는 동쪽에 있는, 또 한 아이는 서쪽에 있는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아이 돌볼 사람을 곁에 둘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민들은 엄청난 걱정이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작은 관심은 아이를 더 낳아야겠다는 생각은 아니더라도, 아이를 더 이상 낳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막을 수 있다. 제도를 만든 이들은 항변할 것이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공평'이라는 말을 기계적으로만 해석하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기계와 같이 이뤄지지 않는다. '공평'이라는 말에 갇혀서 큰 것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내 주변의 서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적어도 집 주변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고, 형제자매를 같은 어린이집에 보낼 수만 있어도 아이 낳은 것을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이다. 서민들의 이런 소박한 마음 하나 충족시켜주지 못할까?

/최정묵 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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