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의하면 104개 주요 회원사가 지난해에 부담한 법정 준조세는 모두 7조4691억 원으로 회사당 평균 718억 원꼴이었다.

법정 준조세는 이들 기업의 지난해 법인세 4조7735억 원의 1.6배 규모로 회사당 평균 부담액은 지난 2000년에 비해 325%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81%가 늘어난 총조세에 비하면 무려 4배가 넘는 증가 속도다.

법정 준조세란 '기업 활동과 관련해 법령에 의해 강제되는 조세 이외의 금전 지급 의무'를 가리키며 환경, 고용 등과 관련한 각종 부담금과 부과금, 예치금과 보증금, 분담금, 출연금, 기부금, 사회보장부담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기업들은 이밖에도 각종 회비나 인허가 비용 등 비공식 준조세도 부담해야 한다. 매출액의 2.5% 또는 순이익의 40.8%에 해당하고 연구개발비(r&d)의 2배가 넘는 막대한 돈을 법정 준조세 명목으로 떼이고 있다.

전경련의 조사 결과를 보면 역대 정부의 준조세 정비 구호가 얼마나 허망했던가를 새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는 준조세를 없앤다면서 뒤로는 그에 못지않게 새로운 항목들을 계속 만들어 낸 결과다. 정부가 없앴다는 준조세도 알고 보면 징수실적이 미미하거나 아예 없는 게 대부분이고 그 대신 뭉칫돈이 몰리는 새로운 준조세들이 속속 생겨났다.

정부가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기업가 정신 주간'을 신설한다지만 이런 기업 환경을 그대로 둔 채 치르는 행사라면 한낱 겉치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 정부'를 진정으로 추구한다면 이 문제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특히 준조세는 기업에 부담이 될 정도지만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재계나 학계의 주장대로 법정준조세관리기본법을 만들어 징수와 사용내역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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