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로까지 비화한 홍콩의 반중(反中) 민주화 시위 사태가 '대화 국면'으로 진입할 단초를 마련했다.

홍콩 행정수반인 렁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1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학생 시위대 간 대화가 다음 주 초 재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

알렉스 차우(周永康)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학련) 비서장도 15일 밤(현지시간) "정부와의 대화 창구는 항상 열려 있으며 경찰의 시위대 폭행 의혹이 대화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한 번 무산됐던 대화 테이블이 다시 마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발표로 촉발된 홍콩시민의 도심 점거 시위는 지난주 정부와 시위대 간 대화 무산 이후 '강 대 강' 대결 국면으로 치달았다.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새로 만드는 등 점거시위 수위를 높였으며 홍콩 경찰은 지난 13일부터 이를 철거하는 등 진압 작전에 나서면서 학생들과 충돌을 빚었다.

렁 행정장관이 먼저 대화 카드를 꺼낸 것은 시기와 당국의 입장을 감안해 볼 때 오는 20일 개최되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8기 4중전회(中全會))를 앞두고 일단 '급한 불'을 끄겠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 많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끄는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는 이 회의 기간에 홍콩 시위가 심화하면 중국의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4중전회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국 정상이 총출동하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홍콩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까지 불거진 점도 대화를 통한 해결 방안 모색이라는 카드를 사용하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 홍콩 경찰의 시위자 집단 구타 사건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신속히 조사하라고 촉구하며 중국 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렁 행정장관이 '대화 제의'를 앞두고 중앙정부로부터 '지시'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중앙정부와의 교감은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중앙정부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하라"며 홍콩 정부에 온건 대응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이번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홍콩 정부 및 중앙정부와 시위대 간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전격적 해결책이 마련될지는 불확실하다.

홍콩 정부와 중국 중앙정부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국가 체제)'와 홍콩기본법, 전인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양보나 타협은 없다며 시위대의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렁 행정장관 역시 다음 주 초 개최 가능성이 있는 대화와 관련, "홍콩 기본법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의결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맞서 시위대 지도부는 '진정한 의미의 보통선거'를 요구하고 있어, 대화에 응하더라도 홍콩 정부의 입장을 수용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일단 대화 국면이 조성된다면 시위대도 점거 시위 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긴장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대화로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긴장은 또다시 고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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