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코치로 김경기 코치 선임, 공부하는 지도자 되겠다"

 김용희(59) 감독이 프로야구 SK 와이버스 사령탑에 선임됐다.

그가 처음 감독 자리에 오른 1994년 이후 20년 만에, 다시 현장 최고 책임자로 올라섰다.

SK는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감독 취임식을 열고 '김용희호' 공식 출범을 알렸다.

김 신임감독은 "단기적으로는 4강에 재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스템 야구를 완성해 SK를 강팀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년 전, 30대 후반의 롯데 자이언츠 젊은 사령탑 김용희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에 처음으로 '초시계로 투수의 퀵 모션 시간을 계산하는 선진야구'를 도입했다.

1994년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한 그는 1998년 6월 중도 퇴진할 때까지 팀을 이끌었다. 1995년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롯데는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앞섰다.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OB 베어스에 6·7차전을 내리 내주며 3승 4패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다.

김 신임감독은 "지금도 '그때 우승을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당시 패배를 통해 더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반성을 했다"고 밝혔다.

2000년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으로 한 시즌을 보내고, 2002년 롯데에서 감독 대행으로 2경기를 치렀던 김 신임감독이 다시 자신의 야구를 펼칠 기회를 잡았다.

김 신임감독은 "모르는 지도자는 나쁜 지도자"라며 "열심히 공부하고 선수단과 함께 호흡하는 감독이 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용희 신임감독과의 일문일답.

-- SK 신임감독에 올랐다.

▲ (취임식에 참석한)선수들이 붉은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걸 보니, 가슴에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릴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SK 구단이 신임 사령탑으로 나를 선택했다. 정말 감사하다. 명문 SK의 5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걸 무척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SK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고개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즌 막판에


--야구 감독으로서의 가치관이 있다면.

▲ 나는 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선수가 자연스럽게 팀을 위해 희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팀이 강해질 것이다. 야구에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경기 중 '희생'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린다. 희생 번트와 희생 플라이 등 매 경기 자연스럽게 희생을 해야하는 장면이 나온다. 선수단 모두가 팀 승리를 위해 희생한다면 팀 SK 와이번스의 가치관이 정립될 것이다.

-- 재임 기간 목표가 있다면.

▲ 단기적으로는 4강 진출, 장기적으로는 팀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서 육성 시스템을 완성하고 싶다. SK는 한국 최초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기록을 가진 강팀이다. 2년 동안은 잠시 주춤했다. 강팀은 기복이 없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 야구가 완성돼야 한다.

-- 계약기간 2년이 다소 짧게 느껴질 수 있을텐데.

▲ 나는 시스템 야구를 펼칠 생각이다. 그런데 성적이 나지 않는 시스템 야구는 의미가 없다. 2년 동안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내 시스템 야구도 의미가 없는 뜻이다.

-- 시스템 야구란 어떤 것인가.

▲ 나는 롯데와 삼성에서 두 차례 1군 감독 생활을 했다. 나 자신이 두 번의 감독 생활은 '실패'라고 결론지었다. 종신지우(終身之憂)라는 말이 있다. 죽을 때까지 잊지 말아야 할 숙명을 뜻한다. 나에게는 야구가 그렇다. 현장을 떠나 있을 때도 야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내 시스템 야구는 1994년 처음 사령탑에 올랐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에는 야구계 전반적으로 시스템 야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


-- 김용희 감독의 야구는 김성근·이만수 전임 감독의 야구와 어떻게 다른가.

▲ 사실 어제(22일) 김성근 감독님을 찾아뵙고 많은 조언을 구했다. 감독님은 야구계 원로시고, SK를 강팀으로 만든 노하우를 가지고 계시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새겨들을만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이만수 감독께도 전화 등을 통해 조언을 구할 생각이다.

-- 김광현의 해외진출, FA 계약 등 내년 SK 전력 유지가 쉽지 않을텐데.

▲ 에이스 김광현이 빠져나간다면 분명히 전력손실이 클 것이다. 적극적으로 전력 보강을 요청할 생각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내부에서 키워나가야할 책임도 있다. 비시즌에 훈련을 통해 조금 더 빠른 야구를 펼치도록 노력하겠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투수력, 수비력, 다음으로 주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공격력보다 주력에 비중을 두겠다는 의미다. 1994년부터 나는 뛰는 야구를 선호했다. 내년 SK는 확실히 더
뛰어난 주력을 갖춘 팀이 될 것이다.

-- 1994년 처음 감독이 됐을 때와 지금은 야구 환경이 많이 다른데.

▲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프로야구에 대한 의식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야구할 수 있는 환경이 무척 좋다. 이 환경에서 팀을 잘 이끌어나가는 게 감독의 역할이다. 사실 과거에는 대안이 없어서 쉽게 감독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준비돼 있는 감독이 많다. 그만큼 젊은 감독들이 많이 공부한다는 뜻이다. 모르는 지도자는 나쁜 지도자다.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야 야구단을 이끌 수 있다. 나도 다른


-- 코칭스태프 구성은.

▲ 수석코치는 올 시즌 1군 타격코치로 뛴 김경기 코치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난해 내가 2군 감독으로 있을 때 호흡을 맞춰본 적이 있다. 김 코치는 인천 프랜차이즈 출신이기도 하고, 선수들과 호흡도 좋다. 야구에 대한 지식과 열정이 대단하다. 그외 보직은 추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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