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는 내가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없이 밟고 다녔던 보도 위의 환풍구도 한번쯤 두드려보고 밟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나라의 화려한 경제성장 뒤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각 지자체별로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짚어볼 일이다.

서울시가 발빠르게 지난 23일부터 시내 환풍구 실태를 전면 조사하기로 했다. 발빠른 조사발표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내실있는 실태조사가 더욱 중요하다.

형식적인 눈가리고 아웅식의 점검은 결국 부메랑이 돼 대형참사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전문가를 동원한 철저한 안전점검과 후속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차제에 모든 분야에서 안전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한 안전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시설물 설치, 점검이 이루어졌을 경우 이에 대한 단호한 법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판교 환풍구 사고 당시에도 공연장에 배치된 안전요원이 없었다고 한다.

일정 규모의 관람자가 예정된 공연의 경우 현장에 안전요원이 배치되는 것은 상식일 것이다. 지난 21일부터 3일간 2014 재난 대응 안전한국훈련이 실시됐다. 이러한 재난 대응 훈련은 지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중앙안전관리위원회, 안전행정부 및 소방방재청이 합동으로 실시해 온 대규모 훈련이다.

인천대교 부근 대규모 해양 사고,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 KTX 사고, 6대 도시 지하철 화재 훈련 등이 훈련의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훈련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보여주기식 훈련이 아닌 실제 국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고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실생활밀착형 훈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와 관련, 경찰이 책임자에게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환풍구가 무대 뒤쪽으로 오도록 하였던 당초 계획과 달리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대 위치를 바꿨고, 무너진 환풍구 위에 많은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유다.

또한, 환풍구 받침대의 강도 실험 등을 통해 부실 공사 여부도 수사중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한 후의 뒤처리가 아니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국가·사회적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끓는 냄비처럼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그쪽으로 우루루 몰려갔다가 저런 사고가 발생하면 또 그쪽으로 우루루 몰려가는 식의 처리로는 계속되는 원시적인 사고를 막을 수 없다.

/박정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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