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한신의 22번'은 오승환(32·한신 타이거스)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일본 언론은 기사에서 자주 오승환이란 이름 대신에 '한신의 22번'이란 표현을 쓴다. 일본 야구팬이라면 쉽게 '한신 마무리 오승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22번은 일본 특급 마무리를 상징하는 번호다. 한신은 오승환을 영입하면서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가 남기고 간 등번호 22를 오승환에게 선사했고, 오승환은 일본 진출 첫해 센트럴리그 구원왕(39세이브)에 오르며 등번호에 걸맞은 성적을 올렸다.  

일본 프로야구 관계자는 "등번호 22가 마무리의 상징이 된 건 우연의 일치였다"고 전하며 "오승환이 22번의 계보를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22번이 특급 마무리의 상징이 된 건, 정말 우연이었다.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46)는 1990년 요코하마 다이요 웨일스(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 전신)에 입단하며 등번호 22를 골랐다.

사사키는 1968년 2월 22일 태어났고, 1989년 12월 22일에 프로 진출을 결심했다. 그가 22번을 택한 이유였다.  

프로 2년차인 1991년 시즌 초반, 팀의 마무리였던 엔도 가즈히코의 부상으로 마무리 투수로 뛰게 된 사사키는 150㎞대 중반의 강력한 직구와 낙차 큰 포크볼로 정상급 마무리로 올라섰고 일본 무대에서 252세이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29세이브를 올리며 일본 마무리 투수의 상징이 됐다.

마침 동시대에 마무리로 활약했던 다카쓰 신고(46)가 우연히도 같은 22번을 달고 뛰었다. 다카쓰는 일본에서 286세이브, 메이저리그에서 27세이브를 거뒀다.

사사키와 다카쓰의 '22번 라이벌전'이 주목받으면서 이전까지 포수의 번호로 불리던 22번은 '특급 마무리의 번호'로 바뀌었다.

특급 마무리 22번의 계보를 이은 투수는 후지카와다. 후지카와는 1999년 한신에 입단해 2004년까지는 선발과 중간을 오갔다.

2005년 팀의 셋업맨으로 승격되면서 그전까지 30, 92였던 등번호를 22로 바꿔달았다. 당시 후지카와는 "사사키, 다카쓰의 번호를 달게 돼 기쁘다. 등번호의 의미를 더 살릴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고 말했고, 이듬해(2006년)부터 팀의 마무리로 활약했다.  

후지카와는 2012년까지 개인 통산 220세이브를 거두며 일본 최고 마무리로 활약하다 2013년 미국 시카고 컵스로 이적했다.  

후지카와의 마무리 공백을 막고자 영입한 투수가 한국 최고 마무리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한국에서 달던 21번 대신, 22번을 유니폼에 새기고 일본 무대에 나섰다.

그는 "22번은 마무리 투수로서 최고의 등번호라고 생각한다"며 "한신 팬에게는 후지카와 규지의 번호로 익숙하겠지만 앞으로 일본에서 내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새로운 이미지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 일본 야구팬에게 '22번을 단 특급 마무리'는 오승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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