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소속으로 37대 대통령을 지낸 리처드 닉슨이 획책한 워터게이트 도청사건은 내부제보자 역할이 세상을 투명하고 청렴하게 만드는데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월남에서의 평화협상 진전, 중국과의 국교 수립 같은 커다란 외교성과에도 불구하고 닉슨은 사실 인기가 별로 없었다. 지난 1972년 대선에서 대중 인기를 독차지했던 맥거번이 민주당 후보로 등장하자 닉슨은 불안했다. 그래서 백악관 참모들을 시켜 비열한 음모를 꾸몄다.

바로 워싱턴 시내 워터게이트 호텔에 입주한 민주당 선대본부에 연방수사국(FBI)간부와 중앙정보수사국(CIA)요원을 투입시켜 도청장치를 가설한 것이다.

닉슨은 재선 성공에도 불구하고 도청사건 탄핵으로 끝내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이것이 미국 정가와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미 최고의 권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당시 이 사건을 추적해 특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자신들에게 정보를 준 익명의 제보자를 가리켜 '딥 스로트(deep throat)'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은 세월이 흘러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whistle blower)와 동의어가 돼 버렸다.

40년이 지난 워터게이트 사건이 새삼 떠오른 것은 요즘 한국사회에 내부제보자들로부터 구조적·관행적 부정부패가 적잖이 폭로되기 때문이다.

지난 주와 이번 주엔 배우 김부선 씨의 아파트 난방비 비리의혹 폭로가 연일 방송과 지면을 메웠다. 국감증인으로까지 채택돼 부적절한 난방비관리 문제를 제기하면서 김부선씨는 '국감스타'로 떠올랐다.

언론과 각종 누리꾼들은 김부선씨를 '난방열사', '난방투사' '진정한 의로운 이'로 연일 박수를 보내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동서식품의 대장균시리얼 판매 제보, 경찰병원의 의료사고 등 10월 들어 10여건이 내부제보자들에 의해 드러났다.

올해 국민권익위원회 공익침해 신고건수는 9월까지 5374건으로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초고속 압축성장 과정에서 물질의 풍요에 치중해 오다보니 여기저기서 엉성하게 짜여있는 체제들 틈새로 부패덩굴이 독버섯처럼 자라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디지털문명의 이기 인터넷을 통해서도 파수꾼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이러한 현상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홍역이 아닌가 한다.

김부선씨 같은 용기있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또 그들이 사회에서 냉대받거나 배신자 밀고자 등으로 낙인찍히지 않기를 바란다. 공적 이익과 사적 이익, 그리고 비리와 의리는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김덕만 청렴윤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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