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5월 31일

지난 1972년부터 국기 경례 때 함께 실시해 온 '국기에 대한 맹세'내용이 바뀐다.

행정자치부는 어제 맹세문을 시대 흐름에 맞게 고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국민 참여 방식을 통해 맹세문 안을 수렴한 뒤 검토를 거쳐 확정해 7월 중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을 제정·공포할 방침이다. 바람직한 결정이다.

맹세문 수정에는 곡절이 있다. 내용 수정은 고사하고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내용이 시대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군국주의적 훈육으로 흐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실상은, 유신시절 강제화했다는 점에서 애국심 고취라는 본뜻과는 달리 군사정권에 국민을 굴종하도록 강요해 온 군사문화의 잔재라는 부정적 인식이 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대한민국 국기법'에는 맹세문이 빠져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폐지에 반대하는 국민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군사정권이 악용했다고 해서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에 존경을 표하고 애국심을 고양하자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과거사를 정리한다며 정치적으로 왜곡해서도 곤란하다.

행자부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유지 찬성의견이 75%로 압도적이었다. 폐지는 14.6%에 그쳤다. 그러나 내용에 대해서는 현행(44%)과 시대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42.8%)이 팽팽했다.

행자부는 이 같은 국민 의견을 들어 국기법 시행령에 맹세문을 넣되, 내용은 시대 상황에 맞게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옳은 방향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맹세문은 충청지역과 연관이 있다. 원안은 지난 1968년 당시 충남도 교육청 장학계장이던 유종선씨가 만들었다.

유씨의 애초 맹세문은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의 통일과 번영을 위해 정의와 진실로써 충성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이다.

유씨는 정부가 지금의 맹세문으로, '전체주의적이고 국수주의적으로' 변질시켰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제 강요가 아닌, 절로 애국심이 우러나오게 할 수 있는 맹세문을 기대해 보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