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창준교수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그 땅을 딛고 사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또 땅은 인간에 대해 젖줄이고, 생명의 근원이 된다.
봄에 뿌린 작은 씨앗들이 땅속의 기운을 받아, 어린아이 주먹손만한 돌맹이를 밀어 올리며 움트는 모양을 보노라면, 놀랍다 못해 생명근원에 경이스러움까지 생겨난다.
고추며 가지·토마토 등을 조금씩 갈아 부친 밭에서는 이제 수확이 끝물임을 알려오고 있다.
약을 안친 탓에 고추는 무슨 병에 걸렸는지 껍질이 무너져 버리는 몹쓸 병에 걸려서 이제는 수확이 더 이상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한여름 동안 풋고추 따다 먹는 재미는 정말 좋았다.
밭떼기가 집근처라서 더욱 좋았고, 다른 욕심이나 불편없이 땅부쳐 먹는 재미를 위해 내 땅으로 딱 열평 정도만 집근처에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이 땅 때문에 요즘 말들이 많다. 충청도 땅·경기도 땅·새만금 땅이 시끄럽다.
충청도에서는 약속대로 계획한 행정도시 건설이 지지부진하여 불만이 크고, 경기도 땅은 다른 땅들을 시기하여 과한 욕심을 부려대고 있고, 새로 생긴 새만금 땅은 애초 계획한 농업용지에 대한 약속을 깨고자 하므로 시끄러워질 모양이다.
이 땅문제라는 것이 지역내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간의 정치적인 힘을 누가 어떻게 얼마나 쓸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
충청도에서는 소위 충청홀대론으로 이 지역인들의 소외감이 자꾸 커지고 있다. 이에 요사이 단합된 세를 키워 중앙정부에 알리고 싶어도 잘 성원이 안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힘있는 정책 주도권자들이 충청지역을 홀대하는 것에 대한 저항은 계속 표출되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충청인들의 의사표시가 알려져야 한다.
예정·예산을 절반으로 깎는다든지, 또는 아예 무시하는 경우는 홀대를 떠나,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분한 마음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새만금 땅은 노태우 정권 때 시작하여, 김ㆍ노정권 내내 환경문제 등으로 왈가왈부 시끄러웠는데, 이 정권 교체와 함께 활용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1년여만에 완전히 뒤바뀐 계획을 내 놓았다.
기존 계획에서는 매우 오랜 동안 검토해온바, 농업용 72%, 비농업용 28%로 한다는 것이 농업용이 무려 30%로 줄어든 것이다.
불과 1년여만에 이러한 획기적인 수치로 과감하게 바꿀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노정권 내내 좀 시끄럽고 모양새가 어색하기는 했지만, 사법부의 판단으로 최종 결론이 도출되기 까지 의견 수렴과정은 거치지 않았던가.
무언가 서두르는 듯한 또는 쫓겨가는 듯한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최근 땅의 효율적인 이용에 대한 정책이 너무 쉽게 결정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해서 몇 자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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