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원짜리 밥을 5명이 먹으면 5만 원이니까 이것을 개인이 교대로 사면 1인당 5만원씩 모두 5번을 먹을 수 있다.
 

그런데 5만 원씩을 회비로 내고 먹으면 5번을 먹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회비로 내는 순간부터 그 돈은 공금이 되고 공금은 개인돈처럼 아껴 쓰지 않게 되므로 모자라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단체로 식당에 몰려가 밥을 먹을 때 흥청거리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을 흔히 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기가 낸 회비인데도 우선은 좀 비싸고 좋은 밥을 시킬 뿐 아니라 다른 것까지 더 주문한다.
 

공금은 소유주가 여럿으로 분산되니까 제 살을 깎아먹는다는 아픔이 덜하기 때문에 회식 자리는 늘 과음과 과식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먹는 데 정 난다고 하니 좀 푸짐하게 같이 밥 먹는 일을 꼭 탓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짜밥이 너무 많다.
 

이성보다는 감성에 치우치는 성정을 가진 우리나라 민족성으로 볼 때 어쩌면 이 흥청거리는 식사시간이 집단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모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공짜밥이 너무 많다. 언제부턴가 회의 시간을 오전 11시나 오후 4시로 잡고는 마치자마자 밥을 주니 먹는 사람이야 좋지만 그래도 공짜밥이 너무 많다.
 

회의가 끝나면 서둘러 귀가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식사하던 예전의 풍경이 바뀐 것이다. 그런데 풍경만 바뀐 것이 아니다. 이제는 사람들의 인식이 공짜밥을 바라게 됐다.
 

안 주면 서운하고 공짜밥값을 마련하지 못한 담당자가 무능해 보이기도 한다.
 

학교 무상급식은 어떤가. 유·초·중학생들 모두에게 공짜로 밥을 준다. 밥 때문에 학생들이 눈치 보게 하지 말자는 선거논리와 복지확대 이론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시행하고는 있지만, 그 공짜 밥값 때문에 다른 교육비는 줄거나 없어졌으니 전체적으로 볼 때 교육비 투자가 미흡하게 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의 인식 속에 박히는 공짜 개념이다.
 

이 공짜 개념이 나중에는 공금의 공짜 사용으로 번지지는 않을까.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는 이제 이 공짜밥값이 블랙홀 역할을 해 꼭 필요한 사업에 쓰여질 예산까지도 빨아들이고 있다. 다른 것은 줄이면 된다 하더라도 '학생들의 결정적 시기'에 투입돼야 할 교육비마저 없어진다면 그 다음 일은 안 봐도 뻔한 일이다. 공짜밥값이 누구의 돈인가. 너도 먹고 나도 먹자는 공범심리가 이끌어가는 병리현상은 아닐까. 떳떳할 사람 없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니까 결국은 누구도 돌 던질 자격이 없어져 버리고 말아 그냥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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