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이 결국 기우로 판명났다. 한동안 '광우병 괴담'이 온 나라를 마비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맹위를 떨치다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더니 이번엔 제2의 imf 사태가 닥칠지 모른다며 금융시장을 공포에 떨게 했던 '외환 위기괴담' 역시 첫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이러다 우리나라가 '괴담 공화국'으로 낙인찍히지나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외국인 보유채권과 은행권 중장기 차입금의 만기가 이달에 집중됨에 따라 금리와 환율이 요동치고 외화 유동성이 달린다는 게 9월 위기설의 요체다.

그 중에서도 만기 물량이 6조 원에 육박하는 이달 9∼10일이 고비라고 했지만 10일 하루만 해도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가 6000억 원을 넘었고 이달 들어 10일까지 누계는 2조 원을 웃돌았다. 혼돈에 빠진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을 되찾은 건 당연한 일이다.

이번 위기설의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는 사실은 웬만한 상식만 있어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무려 2천4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6위의 외환보유국이 70억 달러도 채 안 되는외국인 보유 채권의 일시 상환으로 인해 위기에 빠진다는 건 어떤 이유를 갖다 대도애초부터 어불성설이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금융시장은 휘둘릴대로 휘둘렸다. 광우병 괴담이야 많은 국민이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일부 과격한 주장에 선동된 측면이 있다손쳐도 국가경제의 중추신경인 금융이 한낱 괴담에 몇 달씩 놀아난 것은 국제적 망신감이다.

물론 1차적 책임은 쏠림 현상을 보이며 터무니없는 소문에 과민 반응한 시장에 있다. 그러나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데도 수수방관하다 뒤늦게 허둥댄 당국이야말로 문제다. 외환 위기설은 소멸됐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끝난 건 아니다.

금융시장 변동성에 적극 대처하는 한편 외환정책 결정구조 같은 체제상의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 가뭄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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