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서민들의 주택이 도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보존 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서라도 공공주택을 많이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 하듯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11일 라디오 방송에서 그린벨트 해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을 보면 이미 당정 조율도 어느 정도 마친 상태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하게 국토해양부는 즉각 "그린벨트 추가 해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오는 19일 발표하는 주택공급 확대 계획에 그린벨트 일부 해제 방안도 포함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들은 일제히 이 계획을 정략적인 선물이라고 공격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대통령 말 한마디에 그린벨트 훼손 정책을 추진하다니 매사 이런 식이기에 대통령이 자주 말 바꾸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번 그린벨트 추가 해제는 환경을 희생해서라도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발상으로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한 그린벨트를 풀어 집값을 낮춘다는 논리에도 반론이 있다. 도심과 연계된 지역이라면 대상지가 거의 고갈됐고, 설사 그린벨트를 해제한다 해도 주변 땅값을 오히려 더 끌어올릴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그린벨트 문제가 심각한 쪽은 부동산보다는 산업 부분이다. 국가기술 연구·개발의 허브를 자임하는 대전 대덕연구 개발 특구는 절반이 그린벨트여서 산업용지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 대상은 국익과 공익을 위한 사업을 가로막고 존재 이유가 없는 지역부터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도심의 허파 역할를 하는 그린벨트는 무분별한 도시팽창을 막고 환경을 보전하는 데 기여해왔다.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소중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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