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여야의 정쟁에 발목이 잡혀 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17일 오전 "금주내 처리"에 합의했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로 미뤄볼 때 본회의 통과 전까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당초 7월1일 실시를 목표로 편성한 이번 추경의 저소득충 유류비 및 대중교통망 확충 자금, 농어민·중소상인 생활안정 지원금, 에너지 절감 및 해외자원확보 지원금 등이 3개월 가까이 묶여있다.

추석이 지나고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2주일이 넘었지만 여야가 국회에서 한 일은 18대 국회 임기 개시 4개월만에 어렵게 상임위를 구성한 것밖에는 없다. 이번 추경안 처리가 이처럼 늦어진 1차적 책임은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에 있다.

299석 가운데 172석을 차지하고 있고, 여기에 사안별로 선진당의 도움까지 받고 있는 공룡 여당이 야당의 불참속에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추경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코미디다.

우선은 원내 전략과 운영을 책임지는 원내대표가 표결까지 갈 주요 현안을 앞두고도 소속 의원들을 독려하고 출석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지만 자기들 손으로 대표를 선출해놓고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힘을 실어주지 않는 소속 의원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과 협상한 결과를 놓고 당 소속 의원들이 "너무 양보했다"고 핀잔을 주고 국회 운영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협상 상대방도 그 대표를 신뢰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이것은 야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여당과 타협안을 만들고도 당내강경 발언에 밀려 최종 합의를 보지 못하는 일이 거듭된다면 원내대표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다. 이성적으로는 현실적인 측면을 인정하면서 군중심리에 휩쓸리듯 타협을 거부한다면 국정을 함께 이끌어갈 동반자 자격이 없는 것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협상에 임하고 실천하는 자세를 보여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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