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가업 이어 고향 지킨 물류업계 맏형

[충주=충청일보 이현 기자]충주지역 최장수기업 중앙운수를 이끌며 60년 대물림 가업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킨 박광석 대표(58)가 대한민국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사람'과 '신뢰'를 바탕으로 '혁신'과 '변화'를 일궈온 그의 기업가 정신을 들여다 봤다.

 

▶물류 네트워크 선도하는 '신지식인'
 

박 대표는 최근 대한민국신지식인연합회가 주최하는 '2014 대한민국 신지식인' 중소기업 최우수경영인 부문 수상자에 선정됐다. 화물 물류사업에 IT를 기반으로 네트워크화하는 혁신적 프로세스를 도입해 고부가가치 창출와 업무 효율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그는 정보망이란 개념조차 없던 시절인 1994년 석사논문을 쓸 때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이 분야에서 수많은 업체들이 명멸해 갔지만 박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살아 남았고, 시스템 정상화의 결실을 거뒀다. 20여 년간 초지일관으로 관심과 애정을 쏟고 지속적으로 참여해 화물정보망 확산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신지식인에 선정됐다.
 

화물정보망은 웹상에서 운송을 기다리는 화물과 화물을 찾는 차량간 매칭을 통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함으로써 물류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업계에서도 획기적인 경영 합리화 사례로 손꼽힌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대표는 정보망 사업의 독자 시행을 준비 중이다. 'U트럭콜'로 이름 붙인 이 사업으로 화물업계에서 정보망 운영 사업자로 보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사업 론칭이 이뤄지면 화물시장의 지역 제한을 없애고 사이버상에서의 정보 공유로 활동 공간을 무한 팽창시키게 된다.

 

▶대이어 60년간 고향 지킨 기업가 혈통
 

충주세무서에 등록된 중앙운수의 사업자등록번호는 '303-81-00062'다. 등록일자 순으로 부여되는 '0006'은 중앙운수가 여섯 번째로 사업자등록을 한 영리법인이라는 의미다. 60년이 지난 지금은 현존하는 충주 영리법인 가운데 최장수 기업으로 그 튼튼한 뿌리를 알 수 있다.
 

중앙운수의 역사는 박 대표의 생애와 궤를 같이 한다. 박 대표가 태어나기 전 해인 1956년 충주군이 시로 승격하던 해 선친의 손으로 6·25전쟁의 폐허 속에 설립됐다. 박 대표와 회사가 한 때 잉태된 셈이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선친이 각종 기관과 사회단체 등에 참여해 왕성한 사회활동을 펼치며 30년간 회사의 기틀을 다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성장했다. 장남인 그는 1985년 30세 때 서울 대기업 직장생활을 접고 고향 충주로 내려와 선친 밑에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박 대표가 처음 회사에 발을 담갔을 때 30여 대에 불과했던 차량은 30년간 사업을 안정적으로 꾸려, 지금은 법인체 2개(중앙운수, 중원운수), 면허차량 보유대수 300여 대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충주 화물업계에선 단연 1위이고, 도내에서는 2위 규모다. 현재 충주지역 버스나 개인택시 기사들은 대개 중앙운수를 거쳐 갔을 만큼, 지역의 운수업자 양성소 역할을 맡아 왔다.

 

▶젠틀 카리스마 리더십
 

박 대표는 정돈된 외모는 물론 정제된 언어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안정감이 상대방을 편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본인 스스로도 한 가지 일을 꾸준히 섭렵해가는 성실함과 욕심부리지 않는 안정감을 자신의 장점으로 분석한다. 선친이 30년간 기틀을 다진 가업을 자연스레 이어 받았고 또 다시 30년간 차근 차근 키워, 도내에서 업계 수위를 다툴만큼 성장시켜 놓은 오늘을 만들었다.
 

30년이란 긴 시간을 건너오기까지 회사에 큰 위기 한 번 없었다는 게 CEO로서 그의 안정적 균형감각을 단적으로 웅변한다. IMF와 금융위기 당시 수많은 기업이 연쇄부도를 맞을 때, 그 서슬퍼런 시련을 이겨내면서도 내부적인 요인으로 회사가 흔들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런 박 대표에게도 특공부대 출신이란 반전이 있다. 경희대 재학시절 ROTC를 지원해 전방 특공여단에서 장교로 복무하며 숱한 일을 겪었다. 중대 내무반에서 총기 난동을 부리던 병사를 직접 나서 제압하고, 대침투작전에서 소대원들을 이끌어 최선봉에 서는 등 강인한 리더십은 몇 장의 표창장으로 남아 있다.
 

안정감과 합리적 의사결정의 근저에 깔린 그의 카리스마 리더십은 60년을 이어온 최장수 기업의 뚝심으로 표출되고 있다.
 

박 대표는 "기존의 시대 상황은 기업 CEO에게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요구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양성의 세상이다. 소통과 화합을 통해 모두를 아우르는 융합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합리적이고 논리에 맞게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로 녹여 내는 자질과 인품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려깊은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사람과 신뢰가 기업의 전부다"
 

박 대표의 경영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역시 선친이다. 그의 아버지는 항상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신뢰는 목숨을 걸고 지키라"고 가르쳤다. 선친은 인재 양성을 중시해 학교법인을 세우고 후학 양성에 전념하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사업가의 꿈을 꾸며 자랐던 박 대표도 유지를 받들어 경영의 원칙으로 고수해 나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중앙운수에는 유독 박 대표와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직원들이 많다. 이직률이 높은 지방 중소기업이라지만 중앙운수에는 20여 년간 근속한 직원들이 여전히 회사를 지키고 있다.
 

사람과 신뢰를 중시하는 기업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는 중앙운수를 물류 리딩 컴퍼니로 성장시키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물류업은 제조업·식품·전선·금속 등 모든 업종과 소통하기 때문에 전체 경제동향의 아웃라인을 볼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을 갖출 수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기업의 충주 이전에 따라 물류는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물류회사가 이 시점에서 산업활동의 동맥으로서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물류업계의 맏형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선도적 역할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프로필
-1981. 2 경희대 사학과 졸업
-1993. 2 경희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1999. 5 중앙운수·중원운수 대표이사 취임
-충북화물자동차 운송사업협회 이사
-전국화물자동차 공제조합 충북지부 운영위원
-충북화물자동차 운송주선사업협회 이사
-충주상공회의소 의원
-전 충주시육상연맹 회장
-전 충주시체육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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