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은행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포기와 관련해 이른바 '국민정서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외국 자본의 '먹튀'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가 국민 정서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hsbc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매매계약에 대한 승인 심사를 질질 끄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는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는 듯하다. 하지만 시장 상황 변동에 따른 hsbc의 자체 판단을 엉뚱하게 국민 정서나 정부 탓으로 몰고가선 곤란하다.

hsbc가 어떤 곳인가. 세계 85개국에 9500여 지점망을 갖추고 있고 작년 말 현재 총자산이 2조354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굴지의 금융그룹이다. 설령 우리나라에 그런 국민 정서가 있다고 해도 한국에 1982년 진출한 이래 11개 지점과 5개 기업금융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hsbc가 그것도 모르고 외환은행 인수에 나섰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hsbc는 최근까지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를 내세워 이명박 대통령에게 계약 승인을 독촉하는 서한을 보낼 만큼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이었다. 국민 정서와 hsbc의 인수 또는 포기 결정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미국발(發) 금융 위기는 세계 금융계의 가치 체계를 온통 뒤바꿔 놓았다. 세계 금융시장을 선도하던 투자은행(ib)의 허상이 벗겨지면서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거나 대거 급매물로 쏟아져 나오는 형국이다.

hsbc라고 해서 이를 모를 리 없다. 외환은행을 포기하고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게 상식적이고도 현명한 판단이다. 우리 정부가 온갖 논란을 무릅쓰고 막 심사를 마치려는 시점에 hsbc가 인수 포기를 선언한 것도 그래서일 게다.

지금 같은 글로벌시대에 외국 자본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내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돈을 정당하게 번다면 문제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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