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IS 사태 개입에 경고 메시지…자금난 방증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대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일본인 인질 2명의 몸값으로 거액의 현금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IS 대원으로 보이는 복면 괴한이 주황색 옷을 입은 일본인 2명과 함께 등장, 72시간 안에 몸값으로 2억 달러(2천180억원)를 지급하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밝힌 동영상이 20일 공개됐다.

영상에서 이 대원이 구체적인 액수까지 거론하며 인질 몸값을 요구했다는 점은 그간 다른 서방 국가의 인질을 상대했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일본이 미국 주도의 IS 공습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중동 안정에 비군사적 자금 지원을 강조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IS가 공개적으로 몸값을 요구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IS는 미국인 등 서방 국적의 인질을 참수했거나 미국과 그 동맹국의 시리아·이라크 내 IS 공습을 중단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이날 공개된 영상을 보면 이 IS 대원은 중동에서 일본 정부의 IS 격퇴 지원을 겨냥해 일본인 인질을 내세워 보복을 가하겠다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대원은 아베 총리가 최근 이집트에서 행한 연설에서 IS 대책으로 2억 달러 상당의 지원 의사를 표명한 사실도 거론했다. IS가 인질 몸값으로 요구한 액수와 일본의 IS 대책 지원비가 일치하는 것이다.

이는 IS가 일본의 중동 사태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다른 외국의 추가적인 개입을 막으려는 시도로도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이번 방문 기간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위해 총 25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따라서 IS가 중동에서 '통 큰' 지원을 자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일본을 겨냥한 경고일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IS의 이번 몸값 요구 이면에는 부족한 운영 자금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몸값 요구는 최근 미국과 동맹국의 잇따른 공습과 봉쇄로 IS 진영의 손실이 계속 늘어나는 시점에 이뤄졌다.

'밑져야 본전' 식으로 중동에 막대한 자금 지원을 약속한 일본 정부에 현금을 직접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IS의 자금난도 제기된다.

IS는 자발적 헌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알카에다와 달리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적지 않은 영토를 차지한 채 원유 밀매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골동품 밀수, 강탈, 납치로 현금을 확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원유 가격이 하락하고 미군 공습으로 IS가 장악한 지역 내 원유 생산에 타격을 입으면서 주요 수입도 줄어들 처지에 놓였다.

최근 IS가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에 붙잡고 있던 소수민족 야지디족 약 350명을 갑자기 풀어줘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에 석방된 야지디족은 대부분 노약자나 부상자들이다.

이들 야지디족이 석방된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이라크 당국은 IS가 자금 사정상 더는 이들을 살피거나 부양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IS가 인질이나 시신을 두고 현금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여러 차례 나왔다.

쿠르드자치정부는 지난해 11월 IS에 몸값 150만 달러를 전달하는 조건으로 야지디족 234명을 구해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IS가 터키와 시리아의 국경지대에서 참수한 미국인의 시신을 100만 달러에 매매하려고 한다고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가 보도했다.

작년에는 IS가 미국인 기자인 제임스 폴리를 풀어주는 대가로 그의 가족에 1억 유로를 요구했으나 미국 정부는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몸값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IS가 그간 주장해 온 '공습 중단' 요구가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현실적 대안으로 현금을 요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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