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관리학과 교수

흔히 백화점은 서비스 산업의 대표 업종으로 불린다. 첨단 유통시스템과 차별화된 편의성을 갖추고 있으며, 업종의 특성을 나타내는 감정 전달 서비스가 어떤 다른 업종보다 정교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은 품위와 체면을 중시하는 비교적 높은 감정 수준을 지니고 있는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백화점 운영은 이처럼 인간의 감정 측면과 많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다른 업종보다도 더욱 정직하게 운영되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백화점들은 그 영업방식에 있어서는 여전히 천박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국내 유명 백화점인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 등이 할인을 하지도 않으면서 가격을 내린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다. 또한, 납품업체에 대한 납품가 인하 압력 및 판촉직원 파견 압력도 계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부정행위는 인간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는 백화점 운영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내 백화점들이 각종 교묘한 방법으로 중소 납품업자들을 골탕 먹이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것도 부족하여 공공연하게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골탕 먹이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우리나라 백화점 경영의 시계추는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시대변화에 역행하여 백화점들의 이와 같은 부정행위가 시정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첫째, 경영진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비윤리성에 기인한다. 올바른 경영은 올바른 정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정직한 상인은 정직하게 경영을 한다. 그의 영혼을 팔아먹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악덕 상인은 그 기회를 이용하여 더욱 악랄한 방법으로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고 한다. 이와 같은 상행위는 악덕 경영진이 물러날 때까지 계속된다.
그동안 사회는 부도덕한 업체로부터 많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회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부도덕한 상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도 필요하다.
둘째, 소비자 주권의식의 부재이다. 백화점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과시욕이 있는 계층이다. 때문에 약간의 눈속임에 대하여 자신들이 우롱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그럴 수도 있다는 식으로 치부한다. 체면 때문이다.
백화점들은 이와 같은 소비자들의 과시욕을 이용하여 불법을 일삼아 왔고 이제는 아예 무감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백화점 이용 소비자들은 그릇된 과시욕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백화점 업주들의 부도덕성을 부추긴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분명하게 주권의식을 보여주어야 한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부정 및 우롱행위에 대하여 강력하게 저항하고 고발하는 등 권익을 키워나가야 한다.
셋째는 법의 느슨함을 들 수 있다. 다른 경우와 비교해볼 때 백화점 업계의 계속되는 부정행위는 영업정지와 같은 강력한 제제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백화점 업계가 거의 재벌 소유인 관계로 법도 느슨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알맞다. 법이 올바른 상행위를 촉진시키고 투명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편에 서있다면 소비자를 등치는 집단적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좀더 강력한 제제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법에 대한 신뢰도 확보된다.
백화점은 21세기 서비스산업을 대표하는 업종이다. 백화점들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윤리경영을 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강력한 대응과 엄정한 법 집행이 요구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