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충청일보]우리는 종종 여가는 노동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하지만 기계화와 과학화가 급속하게 성장해온 현대사회의 시각에서 볼 때 현대사회에서 여가는 노동의 또 다른 관점에서 파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가란, 노동시간에서 결핍된 커뮤니케이션의 보충이라는 측면에서 노동과 같은 선상에 놓고 분석돼야 할 개념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의 노동형태는 인간의 육체를 빌어서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된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대신하고 있다.

그런고로 인간이 인간 자신을 위해서 기술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기술 우월성 현상을 초래하게 됐다.

여기에서 우리가 정말로 심도 있게 다뤄야할 관심사는 과연 과학기술의 무한한 발전에 의해서 늘어나는 여가가 인간관계의 풍요함과 인간성 회복에 어떤 전환점의 역할을 제대로 해 줄 수 있는가 라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인간의 노동행위는 목적을 위한 합리적인 노동 이외에도 실천적이며 규범적인 언어행위가 한 몫을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의 노동개념에는 노동을 매개하던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이 거의 단절돼 버렸다고 강조하고 싶다.
 

노동의 영역이든 여가의 영역이든 간에 현대사회의 인간성 상실은 급속한 과학문명의 기형적인 노동의 출현과 이에 따른 상호작용의 커뮤니케이션 파괴에서 비롯된 기이한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의 여가시간에 대한 구성은 매스 미디어에 의해서 점점 더 왜곡 되고 있으며 이렇게 왜곡된 형태는 인간의 자기성찰과 인간성 회복에 좋지 않은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노동의 특징은 지나친 분업화로 인해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의 채널이 차단돼 있으며 노동이 의식적인 목적을 상실한 채로 단순하게 기계의 부품들처럼 자신의 역할만을 수행함으로써 생산이 자신과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가에 아무런 의미도 포착하지 못하게 되었음은 우리 모두가 통탄할 문제다.
 

아울러 이러한 이유 때문에 노사 간의 갈등을 비롯해 많은 사회적인 불합리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을 해 본다.
 

자본주의적 산업사회의 물질화 현상을 통탄해 인간성 구현의 이론을 제시한 하버마스(J.Habermas)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노동과정에서 인간의 다양한 물리적이고도 정신적인 그리고 언어활동의 총체적인 면모를 돌이켜 생각해 볼 때 이러한 현실적 여건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자연사적인 각도에서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형성됐는가를 깊이 인식하고 기술적인 합리성에 의한 '커뮤니케이션 단절'이 얼마나 우리사회를 비휴머니즘화 했는지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각박한 사회현실에 속해있을지라도 더 나은 노동을 위해서 그리고 타인과의 인간성 회복은 물론 원만한 관계개선을 위해서라도 여가를 일종의 휴식이라기보다는 상호간의 이해성을 발휘할 커뮤니케이션의 틈새시간으로 만드는 것도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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