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미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을 때 변호사 비용 일부를 정부개발원조(ODA) 예산에서 지출했다고 교도통신이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군 위안부 피해자가 2000년 9월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법에 제기한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선임한 미국인 변호사에게 지급한 보수의 약 40%를 ODA 예산으로 충당한 것으로 일본 외무성 자료에서 확인됐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지역정책과 자료인 '미국에서의 전 위안부에 의한 소송'에는 주미 일본대사관이 현지의 고문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피소 직후인 2000년 10월부터 거의 매달 수만∼수백만 엔을 지급한 것으로 기재됐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장래 소요될 비용을 포함해 2000∼2003년 이 사건의 변호사 비용으로 약 1억5천만 엔을 책정했으며 이중 약 40%인 6천만 엔이 ODA 예산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외무성이 회계과의 기록이 파기됐다고 하고 있으며 재판이 종결된 2006년까지 실제 지급한 금액이 얼마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외무성은 ODA 예산 지출을 인정하되 "재외 공관의 경비를 ODA 예산에서 지출하는 것은 국제 규칙에 근거를 둔 것이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교도통신은 그럼에도 ODA가 개발도상국의 발전이나 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며 선진국의 변호사비에 예산을 쓴 것이 적절한지 전문가가 의문을 제기한다고 전했다.

국제개발학회 회장인 다카하시 모토키(高橋基樹) 고베(神戶)대 대학원 교수는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ODA는 빈곤을 없애는 데 사용해야 한다"며 변호사비 지출이 "국민으로부터도, 개발도상국 주민으로부터도 이해를 얻지 않은 것이 아니냐. 원조와 경비를 제대로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0년 9월 한국·중국·대만·필리핀의 위안부 피해자 15명은 미국 외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에 관해서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미국 사법부가 법적 책임을 따질 수 있도록 규정한 '외국인불법행위배상청구법'(ATCA, Alien Tort Claims Act)에 근거해 일본 정부에 배상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소송은 미국 사법부에 사건의 관할권이 있는지가 쟁점이었으며 1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고 2심도 원고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이 사건의 재판은 2006년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정치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며 '심리 불가'로 판단해 원고 패소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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