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 유령체증. 이것은 사고나 차로 감소 등 교통체증을 일으킬 만한 이유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로가 꽉 막히는 현상을 말한다. 대부분의 운전자는 답답한 도로를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 차로를 이리저리 자주 바꾸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순간의 빈틈이 보일 때마다 차로를 수시로 바꾸면 뒤의 차량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감속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결국 모든 차량의 속도가 느려져 예상치 못한 정체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운전자들은 습관처럼 차선을 변경한다.
 

가끔은 자신의 차로가 충분히 잘 뚫려 있는데도 굳이 옆 차로로 핸들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운전자들은 자신이 옆 차로의 차량을 추월해 앞서간 횟수보다 옆 차로의 차량이 자신을 추월한 횟수가 더 많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추월한 차량은 시야에서 금방 사라지지만, 자신을 추월한 차량은 시야에 계속 남기 때문에 더 큰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추월을 당하게 되면 자신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운전자들은 정체된 도로에서 본인 차로보다 옆 차로 차량들을 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사실도 연구자들이 운전석 내의 영상분석을 통해 알아냈다.
 

운전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각종 사고 현장에서 벗어날 때도 등 뒤의 위험 때문에 우리는 차례차례 질서를 지키며 나오기가 쉽지 않다.
 

자기의 길을 순리대로 나오면 될 것을 자꾸 다른 사람의 길을 쳐다보게 되고 거기에 끼어들게 되니 점점 나오는 속도가 늦어지는 것이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된다.
 

가정교육에서도 자녀에게 맞는 길을 꾸준히 가면 될 것을 자꾸 다른 사람을 돌아보고는 그보다 더 빨리 가려고 별짓을 다 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그가 학원에 가면 내 아이도 학원에 가야 하고, 그가 어학연수를 가면 우리 아이도 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학원비를 벌기 위해 엄마들은 술집이나 노래방의 도우미도 해야 하고 연수비를 아끼기 위해 아빠들은 기러기가 돼야 한다.
 

학교에서도 비슷한 상황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적성과 특기를 발굴해 꾸준히 길러 주면 그들이 행복하며 그것이 평생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데, 이벤트와 전시성 시책들을 실시해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며 시간을 낭비하면서 학생들의 '결정적 시기'를 자꾸만 놓치고 있는 것이다.
 

국토가 좁고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는 도로가 꾸불꾸불한 곳이 많아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하고, 많은 사람들이 좁은 지역에 몰려 사니 목적지에 빨리 가기 위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교통 전문가들은 모든 차량이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상황이라면 일부러 차로를 바꾸지 말아야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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